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표현들이다.
16일 열린 초대 방미통위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헌법학자로서의 원칙과 소신을 분명히 드러냈지만, 향후 미디어 정책을 어떻게 설계하고 집행할지에 대한 구체적 구상은 상대적으로 흐릿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미디어 시장의 특성상 헌법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이를 상쇄할 정책 비전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 헌법학자 김종철의 소신 드러난 청문회
김 후보자는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공법학회와 인권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헌법·행정법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김 후보자의 헌법학자로서의 소신은 이날 청문회 곳곳에서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결과와 관련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직무 수행을 하지 않았다면 탄핵을 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이 전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데 대해서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기존 판단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이 전 위원장 체제 아래 이뤄진 2인 의결과 관련해서는 “법치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같은 맥락에서 YTN 최대 주주 승인 취소 판결에 대해서도 “2인 의결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법원 판단에 공감을 나타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과거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과 관련해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기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부분에 문제의식을 가져왔다”며 “특히 제7조는 기준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1년 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당시 해당 결정을 ‘유신 독재의 망령’에 비유한 발언에 대해서는 “민주공화국의 시민이자 학자로서 학문의 자유에 입각해 헌법적 사안에 대한 소견을 밝혀 왔을 뿐”이라며 구체적인 평가에는 선을 그었다.
◆ ‘정치적 편향성’ 놓고 여야 충돌…與 “학문적 비판과 구분해야”
이를 두고 야당은 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이 향후 위원회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박정훈 의원(국민의힘)은 “북한과 대치 중인 특수한 안보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며 “방송에서 북한 체제를 찬양·고무하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자적 소신에만 근거해 처리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신성범 의원도 “후보자가 과격하거나 선동적인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지만 정치적 성향이 분명하다는 시각 역시 적지 않다”며 “공영방송 논쟁이 반복되며 위원회가 늘 정치의 중심에 서 왔다는 점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은 학문적 비판과 정치적 편향은 구분해야 한다며 후보자를 엄호했고, 김 후보자 역시 “학문적 소신과 직무 수행은 구분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당(통합진보당) 해산은 다원적 민주주의 원칙상 매우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후보자의 견해에 적극 공감한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는 것과 그 결정의 법리와 판단 기준을 학문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모든 발언과 활동을 문제 삼아 정치적 편향성을 거론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후보자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한 이력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정책 검증선 ‘원론적 답변’ 지적도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가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할 ‘미디어 컨트롤타워’ 수장으로서 적합한지가 검증됐지만, 급변하는 ICT·미디어 산업 환경을 아우를 정책 경험과 현장 이해에 대해선 우려도 나왔다.
일부 질의에 대해 김 후보자는 “최선을 다하겠다”, “살펴보겠다”, “공감한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치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망사용료나 글로벌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통상 압박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 질서 유지를 최우선으로 대응하겠다”, 단통법 폐지 후속 조치에 대해선 “살펴볼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질의에선 산업 진흥보다는 이용자 보호와 규제 공정성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유료방송과 OTT 간 규제 역차별, KT 해킹 사건에 따른 이용자 보호 문제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김 후보자는 관련 사안에 대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거나 “권한 범위 내에서 최우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문회 이후 김 후보자의 발언이 청소년 SNS 이용 제한 검토로 받아들여진 데 대해 방미통위가 별도 설명에 나서기도 했다.
김 후보자가 “(청소년 보호는) 너무나 당연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 뒤, 방미통위는 “현 시점에서 SNS 이용 제한을 검토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법정대리인 동의 권한 강화 등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 임명 시 방미통위 구성에 속도…진흥 역할은 여전히 물음표
이번 인사청문회는 방송의 규제와 진흥 기능을 통합한 방미통위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수장 검증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방미통위는 그간 분산돼 있던 방송 관련 기능을 통합해 정책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신설됐지만, 산업 진흥 기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이날 “미디어 통합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방송·통신 중심 업무에 미디어 기능이 추가됐다”며 “향후에는 OTT 분야 역시 통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LG헬로비전과 CJ ENM 간 갈등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재원 문제를 비롯해, 방송·미디어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후보자의 인식은 이번 청문회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방미통위가 정치적 재편을 위한 개편이라는 논란을 넘어 산업 진흥의 구심점 역할까지 해낼 수 있을지는 김 후보자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한편 방미통위 구성은 김 후보자가 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대로 조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이미 상임위원 공모에 나선 상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 몫 위원들을 조속히 추천해 달라”고 촉구했다.
야당이 위원 추천을 거부할 경우 대통령·여당 추천 위원들만으로 방미통위를 운영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산적한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공백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 본다”고 답하며, 최소 정족수인 4인 체제 운영 가능성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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