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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펜타닐은 대량살상무기”…베네수엘라 타격 ‘판 깔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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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펜타닐, 화학무기에 가까워”
의회 절차 무시 후 행정명령 서명
마약 밀매 관련 국가 압박 정당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과 핵심 전구물질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이 향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등 마약 밀매 관련국에 군사력을 사용할 때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리는 펜타닐을 WMD로 공식 분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역사적인 행정명령을 통해 우리 나라로 쏟아져 들어오는 펜타닐이라는 재앙에서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디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은 “불법 펜타닐은 마약이라기보다는 화학무기에 더 가깝다”면서 “조직범죄 네트워크에 의해 자행되는 펜타닐 제조·유통은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서반구와 국경 지역에서 무법 상태를 조장한다”고 덧붙였다.

이 행정명령은 법무장관에게 펜타닐 밀매 관련자를 즉각 조사·기소하도록 하고, 국무·재무 장관에겐 펜타닐 제조·유통·판매 관련자에 대해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한다. 또 국방장관에게 군의 국내 화학사고 대응 매뉴얼에 펜타닐을 포함하도록 한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할 목적으로 베네수엘라 내 마약 관련 시설을 타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기에 나왔다.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라크에 WMD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몇달간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이 미국으로 펜타닐을 밀수출한다고 주장하며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베네수엘라 선박을 폭격해왔다. 그러나 전 세계 펜타닐 암시장에서 베네수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은 대부분 멕시코에서 들어온다.

이 행정명령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우회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 연방법전은 WMD를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으로 정의하고 있어 의회의 법률 개정 없이 행정명령으로 WMD의 범주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버지니아 검찰에서 국가안보 담당 검사를 지낸 데니스 피츠패트릭은 CNN에 “WMD와 관련해 이미 검증된 법률, 검찰과 수사관이 익숙하게 활용해온 명확한 법률이 있다”며 “펜타닐을 WMD로 지정할 실질적 이유는 없다. 이는 정치적 행위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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