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업무보고 생중계가 연일 화제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무 장악력을 보여줄 뿐 아니라 국민 중심의 국정운영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에, 최고 결정권자의 말이 남발되는 가운데 일부 현안의 기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기도 했고 특정인을 겨냥한 의도적 망신 주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국고전번역원장이 한자 교육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이 엉터리 국어 사용의 문제를 언급한 것을 받아 그 원인이 한자 교육의 문제에 있다면서 제기한 요청이었다. 대통령은 단어의 깊은 의미를 알고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자 교육이 꼭 필요함을 강조하면서도, 한자 병용이나 강제 교육을 제도로 도입하려면 엄청난 벽을 넘어야 하는데 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우리말을 바르고 수준 높게 구사하기 위해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대체로 상식적인 견해로 받아들여진다. 좋은 한글 두고 어려운 한자를 교육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있고, 굳이 한자를 배우지 않아도 독서를 많이 하면 어휘력은 저절로 향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어휘력을 기르는 데 한자 교육이 꽤 효율적인 방법이며 독서를 지속하는 기초체력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글자 모양은 조금 달라도 한자를 알면 중국어, 일본어를 배우는 데 매우 유리할 뿐 아니라 문화적 공감의 폭도 훨씬 넓어진다는 면에서 시의성도 지닌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한자를 1800자, 아니 1000자만 알아도 언어생활의 질은 확연히 달라진다. 이는 별도의 제도화 없이도 이미 중등학교 한문과 교육과정에 반영되어 있다. 다만 선택과목이고 대학입시에 긴요하지 않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국정과제인 ‘초중등 인문학 및 독서 교육 강화’에 한자 어휘 교육을 강조하는 지침을 추가하는 것으로도 현장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이해관계로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현안에는 말을 아껴야 하겠지만, 필요성과 효용성이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길을 열고 힘을 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일 잘하는 대통령의 지혜로운 처방을 기대한다.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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