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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대표 ‘부정채용’ 논란에 부쳐 [전국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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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성남FC 대표이사. 연합뉴스

장원재 성남FC 대표이사. 연합뉴스




이정하 | 수도권데스크



강원 철원 한탄강 물윗길을 걸으며 숱한 주제를 물 위에 띄웠다 가라앉히길 반복했다. 내란으로 어지럽던 지난 1년을 비워내고자 떠난 도보 여행이었지만, 세상만큼이나 머릿속은 여전히 어지러웠다. 치적 홍보에 공보를 동원하는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의 ‘공보 사유화’ 문제를 다뤄볼까, 자신의 정치적 견해 등을 관철하기 위한 목숨 건 단식투쟁을 ‘하찮게’ 만드는 정치인들의 가벼움을 다뤄볼까. 그러다 ‘비상계엄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던 전 대통령 윤석열의 말이 떠올랐다. ‘결과가 좋으면 괜찮다’는 식의 이 ‘결과 편향’적 사고를 성남시의회 행정사무 감사장에서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저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을 역임했습니다. 그런데 축구인 출신이 아닌 비선수 출신 중에 대한민국 축구 기술위원을 역임한 사람은 지금까지 제가 유일합니다. … 그리고 작년에 5승 하던 팀을 제가 부임한 이후에 … 성적으로 입증했다고 생각합니다.” 장원재 성남에프시(FC) 대표이사가 지난달 28일 시의회 행정감사(행감)에서 본인과 관련된 ‘부정 채용 의혹’을 반박하며 한 말이다.



장 대표는 올해 1월 진행한 대표이사 공개 채용에서 탈락했는데, 돌연 지난 3월 성남에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부정 채용 의혹’이 제기됐다. 행감에서 의원들이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자 “별달리 드릴 말씀은 없고, 부정 채용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런 답을 내놓았다. 지난해 프로축구 케이(K)2리그 13개 팀 가운데 꼴찌였던 성남에프시를 본인이 대표이사 취임 뒤 올해 5위까지 성적을 끌어올렸다는 뜻이었다. ‘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프로의 세계에선 당연한 말이다. 다만, 성남에프시는 성남시민의 재정을 투입해 운영하는 시민구단으로, ‘성적’이 채용 비리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성남에프시는 장 대표가 ‘자격 기준 미달’로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이후 면접심사 기준과 면접관 구성을 임의로 바꿨다. 면접 최소 합격선인 ‘적격자 기준 점수’는 80점에서 85점으로 상향하고, 면접관 4명 가운데 외부 전문가 2명을 빼고 성남시 교육문화체육국장 등으로 교체하며 사실상 모두 ‘내부자’로 구성했다. 이는 투명하게 대표이사를 선발하겠다며 구단주 추천 방식을 버리고, 공채로 변경한 구단주(신상진 성남시장)의 뜻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결국 응시자 11명 가운데 서류심사를 통과한 3명 모두 기준 점수(85점)를 넘지 못했다.



이후 장 대표를 대표이사직에 앉히려고 공채 자체를 무산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애초 공채에서 탈락한 장 대표가 구단주 추천으로 이사 후보에 올랐고,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추인됐기 때문이다. 성남에프시 대표이사 선임은 공채나 구단주 추천 방식으로 이뤄진다. 두 방식 모두 구단주가 주주총회에 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절차는 동일하다. 구단주 추천 없이 대표이사 선임은 불가능하다. 신 시장이 공채 무산 과정에 개입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 대표를 어떤 경로를 통해 추천했는지, 공채 탈락 사실을 알고도 강행했는지 신 시장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신 시장은 장 대표가 진행하는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등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채용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오히려 서류심사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성남에프시는 장 대표의 지시로 공채 당시 서류심사 담당 직원을 상대로 ‘사전 조사’를 진행하면서 서류심사 과정에서 직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장 대표가 탈락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고 한다.



채용 논란이 불거진 것은 비단 성남에프시뿐만 아니다. 2023년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채용에서도 1차 공채 때 서류전형 탈락자가 2차 공모 때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사례가 있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 반복되면 의심을 사기 마련이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한 신 시장이 이제 채용 비리 의혹에 답할 차례다.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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