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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0명중 3명 “번아웃 경험했다”…자살률은 13년만에 최고치

동아일보 세종=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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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을 미루고 2년째 취업을 준비하는 김모 씨(26)는 최근 지치고 무력한 감정에 시달리고 있다. 오랫동안 취업을 준비했지만 계속해서 채용시험에서 탈락하자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고 매사 피곤하기만 했다. 김 씨는 “눈높이를 낮춰 지원해도 자꾸 탈락하니까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만사가 귀찮다”며 “혹시 ‘번아웃’ 증상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김 씨처럼 장기간 취업 준비로 번아웃을 경험하는 청년들이 많다. 지난해 청년 자살률도 10만 명당 24.4명으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청년들의 정신 건강과 주거환경 등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며 삶의 만족도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 취업은 어렵고 사는 곳도 열악

6일 세종시 어진동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세종청년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5.11.06. 세종=뉴시스

6일 세종시 어진동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세종청년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5.11.06. 세종=뉴시스


국가데이터처가 16일 내놓은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19~34세 청년 인구의 비율은 2000년 28.0%에서 2024년 20.1%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혼자 사는 청년의 비율은 6.7%에서 25.8%로 증가했다.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청년이 늘면서 이들의 삶의 질도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해당 보고서는 기존 통계 지표를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항목별 청년 기준이나 조사 시점이 각각 다르다.

취업난이 심해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지난해 청년 10명 중 3명은 취업 스트레스와 일자리에 대한 불만 때문에 번아웃을 경험했다. 취업에 성공한 19~34세 청년들의 일자리 만족도는 36.0%(2023년)에 그쳤다. 청년층의 자살률은 2015년 인구 10만 명당 18.7명에서 2024년 24.4만 명으로 늘었다. 2011년(25.7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들의 주거환경도 열악해지고 있다. 지난해 고시원, 숙박업소, 판잣집 등 주택이 아닌 거처에 사는 19~34세 가구주의 비율은 5.3%로 2017년(5.4%)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수도권 청년은 이 비율이 5.7%로 더 높았다. 서울처럼 집값이 비싼 지역의 청년들이 주거 문제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것이다.

19~34세 청년층의 가구 중위소득은 2023년 3778만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의 상대적 빈곤율도 같은 해 7.6%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이 많아 청년층의 소득이나 빈곤율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데이터처는 설명했다. 게다가 청년 가구주의 가구 부채 비율은 2023년 172.8%로 전체 가구(167.6%)보다 높았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한국 청년(15~29세)의 2021~2023년 평균 삶의 만족도는 6.5점으로 OECD 38개 회원국 평균(6.8점)보다 0.3점 낮았다. 38개국 가운데 31번째다.

● 고용 악화로 삶의 질 더 악화 우려

문제는 최근 청년 고용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15~29세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19개월 연속 전년 같은 달 대비 감소하고 있다.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아 고용률이나 실업률에 반영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15~29세 쉬었음 인구는 2023년 이후 계속 40만 명 이상이고, 30대마저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처음 30만 명을 넘어섰다.

미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청년도 많아졌다. 지난해 실시된 19~34세 청년의 미래 실현 인식 조사에서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전혀 실현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7.6%로 2년 전보다 2.4%포인트 늘었다. 고용과 소득 환경이 점점 나빠지면서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청년층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봤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급격하게 늘어난 쉬었음 인구를 노동시장으로 끌어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 모델을 벤치마킹해 구조적으로 장기화된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한국형 ‘청년보장제’(유스 개런티·Youth Guarantee)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들의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거, 부채, 정신건강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 교수는 “지금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사회구조적 문제로 기존 방식의 일자리 대책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한국형 유스 개런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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