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의 본회의 상정을 의결한 2024년 4월 26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시의회 의원들이 입장하는 동안 ‘학생인권법과 청소년 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행동’ 활동가 등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국민의힘 주도로 서울시의회에서 또다시 가결됐다. 지난해 같은 내용의 폐지안이 시의회를 통과한 뒤 대법원 심리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실상 동일한 조례안을 다시 의결한 것으로,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고 학교 현장의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재의를 요구하겠다며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의회는 16일 제333회 정례회 4차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재석 의원 86명 가운데 찬성 65명, 반대 21명으로 통과시켰다.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전원 찬성했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민주당 의원 14명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에 가결된 폐지안은 주민조례발의안 형식이지만, 내용은 지난해 4월 의원 발의로 시의회를 통과했던 폐지안과 사실상 같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으나, 또다시 의결된 바 있다. 이에 교육청은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이를 인용해 조례 폐지 효력을 정지시켰다. 본안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울시의회가 1년 반 만에 동일한 취지의 폐지안을 다시 처리하면서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한 의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제정된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성별, 종교, 나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지난해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한다며 학생·교사·보호자의 책임을 강조한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날 본회의 안건 상정 과정도 논란이 됐다. 폐지안은 여야 협의가 아닌 최호정(국민의힘) 의장의 직권으로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흠제 민주당 서울시의원 대표는 “여야 협의 없이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했고, 반발하는 차원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지거나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 교육위원회도 지난달 해당 안건을 상임위에 기습 상정해 가결시킨 바 있다.
표결에 앞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는 양당의 입장차가 뚜렷했다. 이희원 국민의힘 시의원은 “학생인권조례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채 갈등만 만들어 왔다”며 “학생 권리만 강조해서는 학교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병주 민주당 시의원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을 특별대우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인정해달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라며 “교권 침해 논쟁이 나올 때마다 학생인권조례가 원인인 것처럼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찬반 의원 명단. 서울시의회 유튜브 갈무리 |
폐지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반발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시의회 앞에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 인권과 교권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책임을 바탕으로 충분히 양립 가능한 가치”라며 “이를 대립 구도로 설정해 조례 폐지를 정당화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서울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재적 시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다시 의결할 수 있는데, 현재 서울시의원 111명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75명이다.
조례안이 다시 의결되면, 서울시교육청은 또다시 대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같은 조례를 둘러싼 폐지 판단 두 건이 동시에 대법원에 올라가게 된다. 전 의원은 “대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집행정지 상태이고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동일한 내용을 다시 의결하는 것은 명백한 행정력·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를 만든 교육청은 서울을 포함해 7곳이지만,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폐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충남에서도 지난해 5월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돼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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