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이미지. 김경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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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치사 30대 항소심, 징역 4년 원심 유지
데이트 폭력 끝에 연인을 4층 건물 아래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당시 피해 여성은 술에 취해 난폭해진 남자 친구를 피해 방 안 창문 뒤에 숨었다가 변을 당했다.
전주지법 3-3형사 항소부(부장 정세진)는 16일 폭행치사·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3)의 항소심에서 검찰과 피고인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2023년 1월 6일 오후 10시쯤 전주시 덕진구 한 원룸에서 여자 친구 B씨(33)와 술을 마시다가 말다툼한 뒤 폭행해 4층 높이 창문 뒤에 피신한 B씨가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직장 동료였던 두 사람은 2021년 11월부터 한집에 살았다.
조사 결과 A씨는 사건 당시 B씨가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자 방문을 발로 차 부수고, 철제 선반 등 물건을 내던지며 위협했다. 이에 B씨가 A씨 방으로 도망가 문을 잠그자 A씨는 주방에서 포크·젓가락을 가져와 방문 잠금장치를 풀었다. 그 사이 공포에 질린 B씨는 부랴부랴 창문 밖으로 몸을 숨겼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창문 바깥쪽에 있는 폭 20㎝ 외부 창틀 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러나 A씨가 방 안에 없는 여자 친구를 찾기 위해 창문을 열어젖히는 과정에서 B씨는 중심을 잃고 10m 아래로 추락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두부·흉복부 다발성 손상으로 숨졌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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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어 도망친 거야” 메시지 발견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반복된 폭력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창문을 열고 추적하는 상황에서 추락 위험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며 A씨의 폭행과 B씨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했다. B씨가 생전에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가 결정적 근거가 됐다.
메시지엔 “네가 날 또 죽이려 들지 몰랐어”, “죽기 싫어서 도망친 거야”, “제발 때리지 말라고 살려달라고 빌었어”, “너에 대한 내 공포심이 얼마나 큰지 어떻게 알겠어”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2월부터 12월까지 세 차례 이상 폭언과 함께 B씨 얼굴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양손으로 목을 조르고 주먹을 휘둘렀다.
법의학 감정 결과에서도 B씨 목 근육 출혈은 추락 이전 폭행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당시 이웃 주민 여럿도 “여성이 울부짖는 소리와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20분 이상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A씨는 1심에서 “창문 밖에 피해자가 있는 줄 몰랐다”며 고의성을 부인했지만, 항소심에선 범행을 자백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 등을 종합할 때 새로 인정된 사정만으로 원심 형을 변경할 유리한 양형 요소가 없다”고 판시했다. A씨가 1·2심에 걸쳐 공탁한 6000만원과 유족 구조금 4500만원에 대해 B씨 유족이 수령을 거부한 것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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