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은 개업 첫날이니 공짜로 드립니다.”
16일 낮 12시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인근 동행스토어 1호점 정담(情談) 식당. 한때 거리와 노숙인 쉼터를 오가던 직원들이 식당 개업에 도움을 준 재능 기부자와 후원자, ‘희망의 인문학’ 교수, 동기생 등 10여명을 초대해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행사가 열렸다.
테이블 위에는 주메뉴인 뚝배기 닭볶음탕 요리와 제육볶음, 김치찌개 등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한상규 정담 점장은 “김치도 직접 담그고 제육볶음도 고급 재료를 쓴다”고 했다. ‘맛을 보고 평가하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정도 맛에 이 정도 음식이면 (손님들이) 많이 올 것 같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담(情談) 식당 주방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
정담 식당은 10개의 식사·단품 메뉴를 제공한다. 식사메뉴는 한돈 김치찌개(9000원)~오징어볶음(1만원) 등 저렴한 편이다. 일부 메뉴에는 희망과 응원 메시지를 담았다. 뚝배기 닭볶음탕의 경우 ‘힘내라! 보양식 같은 뚝닥뚝닭’, 토마토 닭볶음 요리는 ‘속상한 마음을 위로하는 토닥토닭’ 등이다.
정담 직원은 모두 5명이다. 저마다 실직과 알코올 중독, 사업 실패, 이혼·가족해체 등의 아픔을 안고 있다. 아픔은 이들을 ‘거리’로 끌어당겼다. 그러던 중 서울시의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재기를 꿈꿀 수 있었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이나 취약계층이 인문학 강의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 주는 사업이다. 5명 모두 희망의 인문학 수료생들이다.
재기의 물골은 동행스토어 사업이 터줬다. 동행스토어는 일자리 제공을 넘어 스스로 일어서 삶을 다시 꾸려갈 수 있도록 돕는 서울시의 자립형 복지 모델 사업이다. 직원이 독립을 해 나간 자리엔 또 다른 수료생이 채운다. 선순환이다. 동행스토어에서 발생한 수익금 일부는 또 다른 동행스토어 개업을 위해 적립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번의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자립의 사다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서울시는 동행스토어 개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우선 맛으로 승부해야 하는 식당인 만큼 한 점장 등이 전문 셰프로부터 조리 교육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또 창업아카데미와 현장 멘토링 등도 제공했다. 신한은행은 식당 임차료와 리모델링 비용을 쾌척했다. 인테리어 설계도 재능 기부다. 모두의 결실이 정담 식당 개업으로 이어졌다. 이달 안에 영등포에 동행스토어 2호점 ‘내 생애 에스프레소’가, 내년 1월에는 서울역 인근에 3호점 뜨개질 카페 ‘이음’이 문을 열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서울시가 말하는 약자와의 동행은 도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서는 것”이라며 “취약계층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런 정책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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