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야당 대표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일본 정부와 연립여당이 살상용 무기 수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야당 쪽에선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선을 넘고 있다”며 우려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6일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일본의 살상용 무기 수출 제한 규정인) ‘5유형' 폐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며 “현재 (5유형을 대체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제동 장치’가 살상 능력을 가진 무기의 수출 확대를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정부는 연립여당인 자민당·일본유신회와 협력해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현행 규정을 푸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 지침에 이른바 구조·수송·경계·감시·소해(기뢰 제거) 이른바 ‘5유형’을 빼고는 사실상 군사 장비 수출을 막고 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 취임 직후 이 규정을 풀어 군사 장비 수출길을 대폭 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무기 수출 확대에 뜻을 같이 하는 일본유신회가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꾸리면서 5유형 폐지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실제 자민당은 15일 ‘5유형 폐지’와 관련한 첫 정책 협의 뒤, 내년 2월까지 세부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안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당 안보조사회장은 이날 협의 뒤 5유형 폐지와 관련해 “(유신당이 폐지 입장을 취하는 것과)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유신회 안보조사회장은 “일본의 방위산업 기반이 극히 취약해지고 있다”며 “5유형 폐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일본유신회는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액셀 구실”이라며 자민당 강경파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연립여당이 마련한 안을 바탕으로 내년 4월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5유형 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5유형’은 일본 정부의 무기 수출을 좌우하는 중요한 규정이지만, 국회 동의나 의견 청취 등이 필요없이 정부 회의에서 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
다카이치 정부가 군사 분야 강화에 힘을 쏟으면서 ‘평화 헌법'에 역행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공산당은 이날 논평을 내어 “일본 정부가 헌법 9조 정신에 따라 ‘국제 분쟁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무기 수출을 금지해 왔던 게 점차 형해화하면서 ‘마지막 선’을 넘는 중대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사이에 ‘우회전’을 위한 가속 페달만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현재 당·정이 추진하는 방안에 무분별한 살상용 무기 수출을 제어할 장치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아 우려를 더하고 있다. 현재 자민당은 살상 능력이 높은 무기를 수출할 경우,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거치고 수출 대상국도 일본과 방위장비이전협정을 체결한 16개 국가로 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일본유신회 쪽은 원칙적으로 살상 능력이 있는 모든 무기 수출이 가능하도록 하자며 한발 더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당의 첫 협의에서 일본유신회는 ‘거의 제한없는’ 수출이 가능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고, 자민당은 향후 ‘제어 장치’를 확실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총리 취임 뒤 살상 무기 수출의 빗장이 풀리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민당이 제시한 ‘수출 제어 장치’를 봐도, 국회 심의 등을 거치지 않고 정부가 원하는대로 결정하는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무기수출관리법에 따라 대통령은 일정 금액 이상 무기 수출을 할때 의회 측에 미리 통보할 의무가 있다. 의회가 수출을 금지하는 상·하원 합동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무기 수출이 용인되지 않는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도 의회 보고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 신문은 “일본에는 무기 수출과 관련해 국회가 관여하는 체계가 없다”며 “이번에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논의에서도 수출 절차에 국회와 관련된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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