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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라면 판 커지는데…하림 '더미식'만 존재감 '제로'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최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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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최근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농심·삼양식품 등 기존에 강력한 메가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과가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농심과 삼양식품이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장하며 시장 반응을 끌어내는 것과 달리 하림의 '더미식'은 고급화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 내 존재감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1년 출시된 '더미식'은 배우 이정재를 내세운 대형 캠페인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프리미엄 라면 시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재구매 측면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존 라면 브랜드와의 연속성보다 '새로운 고급 라면'이라는 정체성을 앞세운 전략이 오히려 선택 기준이 명확한 시장에서는 한계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라면시장은 그동안 가격 경쟁과 물량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왔으나 최근 국물과 원재료, 제조 공정을 강화한 고가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프리미엄 시장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배경으로 브랜드 축적 여부를 꼽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일수록 소비자는 새로움보다 이미 검증된 브랜드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 기존 메가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성과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브랜드가 갈랐다…프리미엄 라면 시장 명암

실제 농심과 삼양식품의 프리미엄 라면은 기존 주력 브랜드의 연장선에서 출시됐다. '신라면 블랙'과 '삼양1963'은 기존 제품의 맛과 정체성을 유지한 채 국물과 재료를 강화한 제품이다.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제품이라기보다 익숙한 맛을 고급화한 선택지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신라면 블랙의 흥행은 신라면이라는 메가 브랜드가 이미 시장에서 구축한 압도적인 인지도와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라면의 장기 흥행으로 축적된 브랜드 자산이 프리미엄 확장의 출발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삼양1963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평가된다. 과거 우지(소기름)를 활용한 조리 방식을 재현해 삼양라면의 원형에 가까운 맛을 강조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시 끌어올렸다. 이미 축적된 브랜드와 맛에 대한 신뢰가 가격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하며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 안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반면 하림의 더미식은 뚜렷한 히트 상품이나 기준점 역할을 할 대표 제품 없이 '고급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장인 공법과 재료 차별화를 강조하며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으나 시장에 각인될 만한 상징 제품을 만드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첫 구매를 넘어 반복 구매를 이끌 인지도와 맛의 축적이 중요한데 더미식은 이 지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라면 부문에서 더미식은 점유율이 1% 미만에 머물러 있다. 반면 국내 라면 시장에서 농심은 점유율 약 50% 이상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기존 메가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격차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더미식 장인라면 봉지 제품의 편의점 정가는 2200원으로 경쟁 제품인 삼양1963(1538원)과 신라면 블랙(1900원)보다 높다. 라면이 상대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백원의 가격 차이도 소비자 체감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소비자들은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소비자는 차별화 요소를 엄격하게 따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더 미식의 경우 가격 대비 체감되는 차별화가 제한적이었고 재구매로 이어지는 동력 역시 약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매출은 증가, 수익성은 악화…구조적 한계 노출

더미식을 운영하는 하림산업의 실적 흐름은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하림산업의 매출은 2022년 461억원, 2023년 705억원, 2024년 80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22년 868억원, 2023년 1096억원, 2024년 1276억원으로 확대됐다.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 악화가 지속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판매관리비 750억원이 더해지며 손실 폭이 커졌다. 프리미엄 전략이 매출 확대에는 기여했지만 비용 구조를 감당할 만큼의 회전율과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을 먼저 끌어올릴 경우 유통 회전율이 떨어지고 결국 손실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림산업이 신규 브랜드 '갓'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하림산업은 최근 '갓', '갓 튀긴 라면' 등 11개 상표를 출원했으며 업계에서는 이를 신선도를 강조한 가공식품 콘셉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더미식 역시 프리미엄을 표방하며 재료와 공법 차별화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브랜드 간 메시지가 중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신규 브랜드 준비가 더미식의 한계를 반영한 선택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더미식이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뚜렷한 안착에 실패한 상황에서 또 다른 브랜드를 앞세워 방향 전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하림이 보유한 식품 브랜드 가운데 라면 시장에서 확실한 인지도를 구축한 메가 브랜드가 없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하림그룹 오너 2세들이 주도해온 신사업 전반의 부담과도 맞닿아 있다. 하림그룹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프리미엄 식품과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육성해왔지만 수익성 악화와 현금 소진이 이어지며 성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녀 김주영 하림지주 상무는 '더미식'과 '하림펫푸드'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프리미엄 전략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성장은 분명하지만 성공의 조건은 뚜렷하다. 익숙한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고급화 전략이 소비자 선택에서 우위를 점하는 가운데 단순한 프리미엄 포지셔닝만으로는 시장 안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미식이 향후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장인·재료 중심의 서사를 넘어 반복 구매를 이끌 수 있는 대표 제품과 가격에 대한 설득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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