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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피’ 수혈하면 치매 가속…‘젊은 피’는 뇌 보호 효과

동아일보 박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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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늙은 피’는 치매와 밀접하게 연관된 뇌 변화를 가속화 할 수 있지만, ‘젊은 피’는 이를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치매 원인이지만,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그런데 최근 ‘혈액의 나이’가 뇌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학술지 노화(Aging)에 실린 이 연구에 따르면, 젊은 동물의 혈액은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보호 효과를 보였지만, 나이 든 동물의 혈액은 오히려 신경 퇴행성 변화를 가속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와 미국 공동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널리 사용하는 유전자 변형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생쥐들에게 30주 동안 매주 젊은 생쥐 또는 나이 든 생쥐에서 채취한 혈액을 주입한 뒤, 기억력과 뇌 변화를 관찰했다.

결과는 명확했다.노화한 쥐에서 뽑은 ‘늙은 혈액’을 수혈한 생쥐는 기억력이 더 빨리 저하되고,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더 많이 축적됐다. 반면, 젊은 혈액을 공급받은 생쥐는 이러한 변화가 상대적으로 완화되거나 늦춰지는 경향을 보였다.

알츠하이머병은 그동안 주로 뇌 안에서만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혈액 속에 존재하는 노화 관련 인자가 뇌 환경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혈액을 통해 전달되는 물질들이 뇌의 신경세포 간 연결, 칼슘 신호,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단백질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즉, 노화한 혈액은 뇌에 ‘나쁜 신호’를 보내 질병을 촉진하고, 젊은 혈액은 상대적으로 ‘보호 신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구가 “젊은 피를 수혈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연구자들은 선을 긋는다.

이 같은 결과는 혈액 속 특정 물질들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개념을 더욱 강화한다. 해당 물질들을 찾아내 표적 치료하면 치매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이 단순히 뇌만의 문제가 아니라, 혈액을 포함한 전신 노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신경퇴행성 질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만성 염증 관리 등 혈액과 전신 건강을 유지하는 생활 습관이 뇌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8632/aging.206319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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