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영국이 2년여 간의 협상 끝에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대영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자동차 무관세 수혜 범위가 넓어지고 영국의 고속철도 시장이 개방되는 등 수출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산업통상부는 15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크리스 브라이언트 영국 산업통상부 통상담당 장관이 ‘한·영 FTA 개선 협상’을 타결 짓고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양국은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선언 이후 교역·투자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 발효된 한·유럽연합(EU) FTA와 동일한 내용으로 2021년 한영 FTA를 발효한 바 있다. 양국은 FTA 발효 후 2년 내 후속 협상을 추진키로 하고 지난해 초부터 6차례 개선 협상 및 5차례 통상장관 회담을 통해 이견을 좁히는 과정을 거쳐 이날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산업부는 “한영 FTA 협정에서 상품 시장을 대부분 개방해 이번에 추가 개방은 논의하지 않았다”며 “우리 주력 수출품에 적용되던 엄격한 원산지 기준을 완화하고 정부조달, 서비스 등 분야에서 성과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먼저 기본 관세가 10%인 자동차의 경우 기존에는 당사국에서 55%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했음을 증명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선 협상에서 이 기준은 25%로 낮아졌다. 산업부는 “지난해 대영 수출액의 36%는 자동차였다”며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리튬, 흑연 등 수입 원료의 가격에 따라 산출되는 부가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번 부가가치 기준 완화는 우리 기업이 안정적으로 FTA 관세 혜택을 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뷰티, K-푸드 등 수출 유망 품목의 원산지 기준도 완화했다. 앞으로 화장품 등 화학제품(관세 최대 8%)은 화학반응, 정제, 혼합 및 배합 등 공정이 당사국에서 수행되는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만두, 떡볶이, 김밥, 김치 등 가공식품(관세 최대 30%)도 지금은 밀가루, 채소 등 원재료가 역내산이어야 무관세가 적용되지만 이 요건이 삭제되면서 주요 재료를 제3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우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조달 시장에서는 영국이 고속철도 시장을 추가로 개방한다. 기존에는 한국만 일방적으로 이 시장을 개방했으나 이번에 불균형이 시정됐다.
서비스 시장의 경우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있는 온라인 게임 분야를 추가로 개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산 게임의 유럽 진출 확대 발판을 마련될 전망이다. 신서비스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영국 진출 기반도 구축했다.
비자 제도도 정비했다. 영국 내 제조 공장 설립 초기 한국 엔지니어, 기계·설비의 유지·보수 전문인력 등의 수월한 영국 입국을 가능케 하도록 해 미국 ‘조지아주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 특히, 기술 인력의 영국 비자 취득에 큰 장벽이던 영어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비자 타입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한국 본사 인력뿐 아니라 협력업체 인력도 서비스 계약을 통해 영국으로 초청할 수 있게 했다. 바이오·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전문 인력의 영국 입국 및 체류에 필요한 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문화 부문에서는 서비스·디지털 등 챕터에 시청각 서비스를 적용하고, 기존 문화 협력 의정서를 개정해 강화된 재정 지원 등이 포함된 현대화된 시청각 공동제작 협정을 체결키로 했다.
투자자 보호 부문에도 새로운 규범을 도입,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디지털 규범 도입 및 AI 협력 분야에서는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자유화, 컴퓨팅 설비 등의 현지화 요구 금지, 소스 코드 제출 요구 금지, 온라인 소비자 보호 규범 등 신규 규범을 대폭 반영했다.
AI 분야에서는 기술 선도국인 영국과의 상세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기업 간 연구개발 강화 및 관련 투자 증진, AI 육성을 위한 정책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급망 협력도 체계화한다. 희토류, 요소수, 배터리 등 주요 원자재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협력 챕터를 신설하고, 연구개발 및 국제표준화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공급망 교란이 발생한 경우에는 양국이 지정한 핫라인을 통해 10일 내 긴급회의를 열어 교란 품목 신속 수출, 대체 공급처에 관한 정보 공유 등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한영 혁신위원회'를 신설, 정기적으로 AI, 자율주행차, 생명공학, 첨단 제조 등 기술 분야 협력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협상 타결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통상 환경에서 자유시장 질서를 공고히 하고 유럽 내 핵심 파트너인 영국과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법률 검토 등 절차를 조속히 완료하고 국회 비준 등 협정 발효를 위한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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