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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믿는 구석 이거였나…쿠팡 '기형적 독과점' 고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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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기자]
쿠팡 [사진: 셔터스톡]

쿠팡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쿠팡이 3370만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초대형 악재에 직면했음에도 이용자 수는 오히려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소비자의 분노가 서비스 이탈로 이어지지 않는 강력한 '락인(Lock-in·가두기) 효과'가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시장 지배력이 소비자 신뢰를 압도하는 '기형적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탈퇴 러시 없었다"… 악재에도 이용자 '역대 최대' 경신

지난달 29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시장의 예상은 대규모 '탈팡(쿠팡 탈퇴)' 움직임이었다. 집단 소송이 제기되고 SNS에서는 탈퇴 인증이 이어졌다. 그러나 데이터는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줬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2월 1일 쿠팡의 일간활성이용자(DAU)는 1799만명으로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유출 사실이 드러난 직후 이틀 동안만 170만명이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계정 보안 확인이나 비밀번호 변경을 위한 일시적 접속이 몰린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단순 접속에 그치지 않고 실사용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데이터로 증명됐다.

와이즈앱·리테일 집계에 따르면 유출 사태 직후인 12월 1~7일 쿠팡 앱의 주간 활성이용자 수(WAU)는 2993만명으로, 사태 전인 한 달 전보다 4.1% 증가했다. 보안 점검을 마친 이용자들이 앱을 삭제하는 대신 쇼핑을 지속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11번가(-25.2%), 네이버플러스스토어(-1.4%), G마켓(-1.8%) 등 주요 경쟁사의 이용자가 감소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생태계 인질'에 갇힌 소비자…김범석 의장은 청문회 불출석

쿠팡 이용자들이 정보 유출 불안 속에서도 잔류를 선택한 배경에는 쇼핑, 배송, 콘텐츠, 배달이 촘촘히 얽힌 '수직적 생태계' 구조가 있다. 쿠팡은 유료 멤버십인 '와우회원'에게 무료 배송뿐 아니라 쿠팡플레이(OTT) 시청권과 쿠팡이츠 무료 배달 혜택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이러한 구조는 특정 서비스에 불만이 생겨도 다른 혜택을 포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높은 전환 비용을 발생시킨다.

실제로 쿠팡 앱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쿠팡플레이 이용자는 약 4%, 쿠팡이츠 이용자는 3%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는 이 같은 '강제된 충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응답자의 71.9%가 "신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55.3%는 "편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소비자가 '신뢰'보다 '편의'라는 족쇄에 묶여있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대체재 부재' 구조가 쿠팡 경영진의 책임 회피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이번 사태 발생 후에도 공식 사과나 입장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의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17일 열기로 한 청문회에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해외 거주 및 글로벌 경영 일정을 이유로 들었으나, 직접적인 책임 언급이나 사과 표현은 담기지 않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6차례 요청을 받고 모두 불출석한 바 있다.

박대준 전 대표 역시 사임 후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고, 강한승 전 대표도 미국 거주를 이유로 증인석을 피했다. 결과적으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핵심 경영진 대부분이 국회 청문회에 나서지 않게 됐다. 쿠팡의 지배구조 역시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국 법인 '쿠팡주식회사'는 미국 델라웨어 법인 쿠팡Inc의 완전 자회사이며, 김 의장은 클래스B 보통주를 통해 약 74%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쿠팡Inc 이사회 8명 중 사내이사는 김 의장 1명뿐이고, 나머지 7명은 모두 미국 기반 IT·투자 전문가들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쿠팡Inc 이사회가 모두 외국 인사로 구성돼 있어 책임 소재 판단도 복잡해진다"며 "한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인 만큼 현 제도 안에서 져야 할 책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가성비의 락인'…대안 등장 시 '엑소더스' 우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사실상 대체하기 어려운 지위를 갖고 있고, 잠재적인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역시 쿠팡의 락인 효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견조한 지표를 '충성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는 매몰 비용과 전환 비용에 의한 '강제된 체류'에 가깝기 때문이다. 쿠팡 이용자의 잔류는 혜택의 총량이 손해보다 크다는 '경제적 득실 계산'에 따른 조건부 선택일 뿐 더 강력한 혜택을 주는 경쟁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가성비의 락인'이다.

실제로 SSG닷컴과 컬리 등 경쟁사들은 신규 유료 멤버십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무료배송 기준을 낮추는 등 '탈팡' 수요를 겨냥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이 독점의 안락함에 취해 소비자를 사실상 인질로 삼고 있다"며 "지금의 높은 점유율은 충성도가 아닌 '대안 부재'의 결과일 뿐, 경쟁력 있는 대체재가 등장하는 순간 댐이 무너지듯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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