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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고부가 K메디컬’ 핵심은 의료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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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 학장·한국관광학회장·(사)복합리조트관광연구소장
3000만 명 외래관광객 시대를 향해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관광산업 전략은 여전히 ‘얼마나 많이 오느냐’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숫자를 넘어, 어떤 관광객이 와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남기고 가는가를 묻는 융·복합 관광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그 중심에 의료관광이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환자는 2009년 ‘의료법’ 개정 이후 10배 이상 늘어, 2024년 약 117만 명에 이르렀다. 같은 해 일반 외래관광객은 2019년 대비 93.5% 수준 회복에 그친 반면, 외국인 환자는 235%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고, 1년 사이에도 약 93%가 늘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의료관광객은 미용·피부 시술을 위한 단기 체류형과 중증 치료를 위한 장기 체류형이 공존하며, 의료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일반 관광객보다 1.5~2배 높다고 보고된다. 의료관광이 3000만 명 시대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대표적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인 이유다.

외국인 시술 ‘부가세 환급’ 중단 재고를


이러한 잠재력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관광을 비자·세제·마케팅·연관 산업 육성을 아우르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태국, 터키 등은 의료·웰니스·관광·쇼핑 등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고소득 장기 체류 수요를 선점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의료 인프라 확충과 단기 캠페인 위주의 정책에 머무르고 있다. 이제는 K팝과 K뷰티에 이어 K메디컬을 통해 국가 브랜드를 강화해야 할 때이다. K메디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수록 한국은 ‘짧게 다녀가는 여행지’를 넘어 ‘삶의 중요한 결정을 맡길 수 있는 나라’로 인식되고, 이는 장기적인 경제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정책 흐름은 다소 역행하는 모습이다. 2016년 도입된 외국인 관광객 미용·성형 의료용역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와 조세 형평성 등을 이유로 2026년부터 적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의료기관에서 시술을 받은 외국인에게 10% 부가가치세를 돌려주는 이 제도는 의료관광 수요 확산과 신뢰 형성에 기여해 온 핵심 유인책이었을 뿐 아니라, 진료비·부가세의 고지를 통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불법 브로커와 과다 수수료 관행을 완화하는 역할도 해 왔다. 실제로 제도 시행 이후 환급 건수와 환급액, 외국인 의료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내국인과의 형평성, 소비지 과세 원칙, 세제 특례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타당한 논점이다. 그러나 글로벌 의료관광 경쟁이 심화되고 의료관광 시장에 대한 신뢰 확보가 중요한 시점에, 정책 공백을 메울 대안 없이 특례를 일몰시키는 결정이 과연 최선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끝내느냐, 유지하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정책 재설계해 국가전략산업 키워야


고부가가치 창출과 신뢰·경쟁력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정교하게 재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점은,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국가 브랜드의 신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의료관광 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 미용·성형 의료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와 같은 세제 제도를 단순한 조세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장 투명성 제고와 신뢰 향상을 위한 제도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다.


둘째, 의료관광 비자 절차를 간소화·디지털화하고, 우수 유치기관 지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불법 유치행위와 시장 교란을 막을 수 있도록 신고·제재·통계관리가 선순환되어 작동하는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비자 발급, 의료기관 인증, 예약 및 사후관리, 항공·숙박·관광, 도시 브랜딩을 아우르는 범정부 의료관광 거버넌스를 마련해 정책과 데이터를 통합·관리해야 한다. 다섯째, 권역별 의료관광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국가 차원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을 고도화하여 지역 균형발전과 연결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관광산업이 스스로의 고부가가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관광을 매개로 정교한 혁신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할 때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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