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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무대를 경험하다…'라이프 오브 파이'가 보여준 상상력

이데일리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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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흥행작, 한국 초연
영상·음향으로 만들어낸 망망대해 눈길
진짜같은 '퍼펫티어' 등장에 긴장감
박정민·박강현 파이 역 맡아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폭풍우가 몰아치는 검푸른 망망대해. 구명보트 위에서 파이는 조심스럽게 호루라기를 입에 문다. 건너편에는 굶주린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그르렁거리며 그를 노려보고 있다. 파이는 황급히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고리를 던지고, 먹이를 먹어치운 호랑이가 고개를 들자 한 발 물러서 다시 호루라기를 분다. 파이는 어떻게든 호랑이를 조련하며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가 한국 초연 무대를 선보였다.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원작은 전 세계에서 15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이안 감독이 영화로 제작해 6억 900만달러(약 9000억 원) 이상 벌어들이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라이프 오브 파이’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구명보트에 남겨진 소년 파이와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227일간 펼치는 감동과 희망의 여정을 그린다. 무대화 작업도 큰 성과를 거뒀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토니상 3개 부문과 올리비에상 5개 부문을 휩쓸었다.

맥스 웹스터 연출은 “‘라이프 오브 파이’는 생존과 상상력, 인간 정신의 강인함, 그리고 가장 어두운 폭풍 속에서도 발견되는 희망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며 “한국 프로덕션은 처음으로 다른 언어로 재창조되는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하나였다. 광활한 바다와 동물은 과연 무대 위에서 어떻게 살아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공연은 영상·음향·조명을 세련되게 활용해 무대의 한계를 넘어선다. 어느 한 장르로 규정하기 힘든 공연으로,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 표현을 쓴 것이 납득된다. 배가 표류하는 장면에서는 사방을 채우는 거센 파도 소리와 생생한 물결 영상이 무대를 바다로 바꿔놓는다. 2층 파노라마석에서 장면을 본다면 보다 입체적으로 이 같은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공연의 묘미는 ‘퍼펫’(인형)의 활용이다. 관객은 ‘배우가 조종하는 동물’임을 알고 있음에도 다리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과 울음소리, 먹이를 먹는 동작까지 세밀하게 구현한 퍼펫에 시선을 빼앗긴다. 특히 실제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리처드 파커’가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이 같은 퍼펫 예술로 해외 공연에서 ‘퍼펫티어’(인형을 움직이는 배우들)가 2022년 올리비에상 조연상(퍼펫티어 공동수상)을 거머쥐었다. 퍼펫 디렉터인 케이트 로우셀은 “퍼펫티어가 올리비에상을 수상한 건 굉장히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며 “퍼펫티어도 공연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파이는 관객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이야기의 균형을 무너지지 않게 끌고 가는 것은 진실과 상상의 경계에 선 박강현(파이 역)의 밀도 있는 연기다. 두 이야기는 모두 진짜인가, 아니면 심리적 허상인가. 작품은 답을 내리지 않는다. 단지 “어떤 이야기가 더 좋았나요?”라는 물음을 남길 뿐이다.

한국 초연 무대에는 파이 역의 박정민·박강현을 비롯해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이 찾아낸 27명의 배우와 퍼펫티어가 함께 오른다.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GS아트센터.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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