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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통합, 이제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마감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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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정치경제부 차장.

마침내 고속철도가 통합 운영의 길로 들어선다. KTX와 SRT로 이원화됐던 고속철도 체제가 출범 10년을 앞두고 다시 하나로 묶이게 됐다. 좌석 부족과 예매 불편, 중복 비용 논란 속에서 이어져 온 소모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국가 기간교통망을 다시 공공성과 효율의 틀 안에서 재정비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은 방향성만 놓고 보면 타당하다.

문제는 이제 통합 그 자체가 아니라, 통합 이후의 모습이다. 고속철도 이원화는 애초부터 완성된 경쟁 체제라 보기 어려웠다. SRT는 수익성이 높은 노선 위주로 운영됐고, 차량 정비·시설 유지·전산 시스템 등 안전과 직결된 핵심 기능은 코레일이 담당해 왔다. 운임 격차 역시 경쟁의 산물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설계된 결과였다. 그 결과 경쟁은 혁신을 촉진하기보다 구조적 불균형과 책임 전가를 낳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고속철도 통합은 실패한 ‘가짜 경쟁’을 정리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좌석 공급을 늘리고 예매를 일원화하며, 중복 비용을 줄여 국민 편익으로 환원하겠다는 목표 역시 공공교통 정책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 시민 여론이 통합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통합이 곧 혁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고속철도가 다시 단일 운영 체제로 전환될 경우, 과거 공기업 독점 체제에서 반복됐던 문제들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내부 경쟁이 사라진 조직이 효율성과 서비스 개선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거대해진 공기업을 어떻게 관리·감독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 없이는 통합은 개혁이 아니라 회귀로 기록될 수 있다.

특히 노사 관계는 통합 이후 가장 민감한 변수다. 지금까지는 운영 주체가 나뉘어 있어 갈등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단일 체제가 되면 파업이나 노사 충돌이 곧바로 전국 고속철도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국민 이동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통합과 동시에 노사 갈등을 제도적으로 관리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통합의 명분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통합 자체는 필요하지만, 통합 이후의 거버넌스 혁신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복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성과 평가와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안전 관리 역시 단순한 일원화가 아니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고속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데다 회수 기간이 긴 산업이며, 동시에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 시대에 국가가 전략적으로 키워야 할 핵심 인프라다. 이런 산업을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단기 효율을 넘어 국가의 장기 경쟁력과 직결된다.

그래서 이번 통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분리 운영을 정리하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운영과 건설의 이원화, 민자철도의 책임 구조, 공익서비스 비용 보전 문제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 고속철도 통합이 진정한 의미의 구조개혁으로 평가받으려면, ‘합쳤다’는 사실보다 ‘달라졌다’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결단을 내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의 혁신이다. 통합이 국민 편익과 안전, 공공성을 강화하는 전환점으로 남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거대한 조직 개편으로 끝날지는 지금부터의 설계에 달려 있다. 고속철도 통합의 성패는 결국, 통합 이후를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투데이/세종=곽도흔 기자 (sogoo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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