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025년 하반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여당의 사법개혁 입법에 대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를 표명했다. 뉴시스 |
내란전담재판부 등 무리한 입법 우려
'재판의 독립' 주장하고 끝낼 일인가
사법부 불신 해소 뼈 깎는 자정 나서야
'재판의 독립' 주장하고 끝낼 일인가
사법부 불신 해소 뼈 깎는 자정 나서야
5일 전국법원장회의와 8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실망스러웠다. ‘계엄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우려를 인식한다’는 단서는 붙었으나 회의에서 채택한 입장의 방점은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입법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에 찍혔다. 사법부의 현실은, 사법개혁 입법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끝낼 만큼 한가하지 않다. 법관들은 깊어지고 있는 사법부 불신에 반응해야 한다. 판사들 스스로 사법부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란전담재판부나 법왜곡죄는 나도 반대한다. 권력이 재판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 어떻게 악용될지 모를 나쁜 선례를 더불어민주당이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법관들이 내놓은 ‘사법부 독립’은 엉뚱한 답이다. 질문을 헛짚었다. 국회의 입법이 잘못된 해결책이라면 올바른 해법은 하나다.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자정이다. 뼈를 깎는 개혁이다. 자정능력이 없다면 엘리트 집단이라 할 수 없다.
3월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했을 때 판사들 중에서도 이를 수긍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70여 년간 확고했던 법해석을 벗어난 이상한 계산법이고 다른 누구에게도 적용되지 않을 예외적 결정이라는 걸 대체로 인정했다.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또한 판결의 내용을 떠나 절차가 비정상적으로 이례적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나는 과거 칼럼에서 이 대통령의 사법적 문제를 여러 번 비판했지만, 선거에 임박해 출마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는 결정을 그렇게 전격적으로 내리는 것을 ‘오직 헌법과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선거에 영향을 줄 의도가 없었다고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 판사만 표적 삼을 일이 아니다. 나는 다른 대법관들에게도 ‘주권자의 시간에 사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리지 못한 책임을 묻고 싶다. 그 민감한 시기 판결의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시민사회와 괴리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고, 알고도 대법원장 앞에서 말을 못 꺼냈다면 비겁한 것이다. 법원장들이 정말 계엄 재판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는지도 묻고 싶다. 내란 재판을 진행하는 지귀연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맡고 있던 기존 형사 사건을 병행했었고 계엄 1년이 지나도록 단 한 건도 선고를 내리지 못했다. ‘전두환·노태우 12·12 쿠데타’ 재판은 1995년 12월 기소 후 1심 판결까지 9개월, 3심까지 16개월 만에 끝났다. 재판을 어떻게 진행하든 방치하는 게 재판의 독립이 아니다.
11일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을 위한 공청회’에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은 “분노는 사법개혁의 내용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을 하면서 또한 "법원이 신속하게 내란 사건을 처리해서 (내란전담재판부 설립) 특별법 제정의 계기를 없애는 게 왕도"라고 말했다. 김선수 전 대법관은 법원이 “국민들의 관점에서 보면 내란 극복을 방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행태”로 불신을 사 “침몰하기 직전의 난파선”이라고 진단했다. 이만큼의 위기의식을 법관들은 가져야 한다. 내란 사건을 엄중하고 신속하게 선고해야 한다. 판사들도 납득 못 하는 판결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 강구해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5월 파기환송 결정에 대해 국회의 국감 증언은 거부할 수 있지만 국민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해명해야 한다.
여당의 사법개혁 입법이 위험하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판사들이 나서라.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라. 재판의 독립은 법관의 권력이 아니라 공정하게 재판받을 국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원칙임을 천명하라. 판사들이 시민들과 동시대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할 때다.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he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