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통일부 주도해야" 공개 주장
통일부, 외교부 주도 대북정책 협의 불참
李 정부 내 '동맹파 대 자주파' 갈등 반복
전문가 "美와 협의 시 조율된 의견 내야"
역대 통일부 장관 6명이 15일 외교부가 주도하는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들은 외교부 주도로 회의가 열릴 경우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이 될 것이라며 대북정책을 통일부가 주도할 것을 주장했다. 전직 장관들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공개하는 것을 두고 이재명 정부에서 계속돼 온 자주파·동맹파 간 주도권 싸움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전 장관은 이날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가 가동되면 과거 한미 워킹그룹 방식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한미 워킹그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협의가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한미 외교당국 간 소통을 위해 신설된 상설 협의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논의해주길 기대했지만, 미국이 사실상 남북협력 사업을 심의하는 기구로 여기면서 논란이 일었다. 미국은 당시 남북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에 부정적 의견을 냈고, 독감 치료제 지원에 사용할 트럭에 대해서도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를 다루는 주무부처인 통일부에선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통일부, 외교부 주도 대북정책 협의 불참
李 정부 내 '동맹파 대 자주파' 갈등 반복
전문가 "美와 협의 시 조율된 의견 내야"
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주최 '정부 출범 6개월,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정 장관. 연합뉴스 |
역대 통일부 장관 6명이 15일 외교부가 주도하는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들은 외교부 주도로 회의가 열릴 경우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이 될 것이라며 대북정책을 통일부가 주도할 것을 주장했다. 전직 장관들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공개하는 것을 두고 이재명 정부에서 계속돼 온 자주파·동맹파 간 주도권 싸움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전 장관은 이날 한미 대북정책 공조회의가 가동되면 과거 한미 워킹그룹 방식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한미 워킹그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협의가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제재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한미 외교당국 간 소통을 위해 신설된 상설 협의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논의해주길 기대했지만, 미국이 사실상 남북협력 사업을 심의하는 기구로 여기면서 논란이 일었다. 미국은 당시 남북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에 부정적 의견을 냈고, 독감 치료제 지원에 사용할 트럭에 대해서도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를 다루는 주무부처인 통일부에선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직 장관들은 한미 간 정책조율 회의를 외교부가 주도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 차원에서도 대북정책을 외교부가 주도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원칙에 반한다"며 "전문성이 없고 남북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정동영 장관이 지난 10일 "(대북정책 관련) 동맹국과 협의하는 주체는 통일부"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의 주장이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의 집단 행동으로 대북정책 공조회의는 물론 대북 정책을 둘러싼 자주파·동맹파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주파는 남북관계를 양자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으로 현 정부에선 정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핵심 인사다. 동맹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아래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등 주로 전문 외교관 출신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을 분리해서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협의해야 할 대북정책 중 가장 중요한 북핵문제야말로 국제사회와 협력해서 풀어야 할 외교정책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북핵협상 수석대표가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인 이유이기도 하다.
통일부 "한미 외교당국 협의 불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5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남북관계발전위원회 민간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
양 진영은 그간 북한 비핵화, 한미 연합훈련 축소, 남북한 두 국가론 등을 두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의견 충돌을 보여왔다. 이에 통일부는 16일 예정된 외교부 주도 공조회의에는 불참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이번에 외교부가 진행하는 미측과의 협의는 조인트 팩트시트(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의 후속 협의에 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미 간 외교 현안 협의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통일부는 불참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이어 "남북대화, 교류협력 등 대북정책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필요시 통일부가 별도로 미측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정연두 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양국의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공조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 안보실장도 16일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 논의와 대북정책 조율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대북정책 회의가 과거 워킹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엔 일리가 있다고 보면서도 미국과 소통 과정에서는 정부가 조율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한미 공조협의를 외교부 중심으로 하면 과거 워킹그룹 문제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대북정책이기 때문에 통일부가 주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외교부가 우선 이 임무를 수행하는 게 맞지만 통일부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이런 걸 정리하는 게 대통령실 내 국가안보실이고 NSC이다.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