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대감 떨어지자… 올라갔다, 넉달만에 0.8%P

'주담대 금리' 가파른 상승세
"빌려도 부담 커져" 대출심리 위축
5대은행 주담대 잔액 4211억 감소

4대은행 주담대 금리 추이/그래픽=최헌정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고정형과 변동형 모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가운데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부동산 과열을 겨냥한 금융당국의 엄격한 가계대출 총량관리까지 이어지면서다.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빌리기도 어렵지만 차주들 사이에선 "빌려도 고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고정형(5년)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25~5.78% 수준이다. 8월말 3.46~5.40%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단 기준으로 넉 달 만에 무려 약 0.8%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변동형(6개월) 금리 역시 3.66~5.30%에서 3.84~5.40%로 올랐다. 게다가 이날 신규 코픽스가 0.24%P 상승하면서 이를 반영하는 국민·우리은행 등은 모두 하단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16일부터 4%대에 진입한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시장금리 '급등'=눈에 띄는 점은 금리의 급격한 상승폭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영향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하시점조차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힘을 얻자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단기·장기물을 가리지 않고 급등했다.

물가안정이 예상보다 더디고 환율·부동산·가계부채 등 여러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동결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한다. 한창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되던 시기 은행채 금리가 과도하게 낮아졌던 점도 최근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주담대 금리가 다시 하락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일부 증권가에선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총량관리까지 겹치며 대출심리 위축…"빌려도 고민"=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있어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낮춰가며 영업에 나설 유인도 크지 않다. 오히려 은행 입장에선 신규대출 취급을 방어할 수 있는 명분이다. 연말마다 총량을 맞추기 위해 가산금리를 부과하며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아왔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별다른 조정 없이도 대출금리가 자연스럽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차주들의 대출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5대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10조8646억원으로 전달 대비 4211억원 감소했다. 월말까지 추이를 봐야 하지만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빌려도, 못 빌려도 고민'이라는 인식이 확산한다. 은행들이 사실상 대출창구를 틀어막으면서 주택매수 자체를 미뤄야 할 상황에 놓였고 겨우 빌리더라도 이자부담을 감수하고 대출을 실행해야 하다 보니 고민이 더욱 깊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과 정책환경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계속 상방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총량이 리셋되면서 취급여력에는 숨통이 트이겠지만 금리인하 신호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주담대 금리가 쉽게 내려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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