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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산업협력 V2.0 [특파원칼럼]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안정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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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01.

[경주=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01.


"한국은 중국이 우위에 있는 전력 기반을 더 많이 활용해 AI(인공지능)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11일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 중국 국무원 직속 국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연구원의 후원룽 공업경제연구소 부연구원은 AI 한중 협력방안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 SK의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과 바이두, 알리바바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기반으로 한중이 손잡으면 AI 산업혁명 시기에 '윈·윈'할 수 있단 게 강연의 요지였다. 특히 그가 언급한 '전력 공유' 부분이 주목을 받았다. '전력 비용이 싼 중국이 AI 경쟁에서 미국을 이길 것'이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분석처럼 데이터 처리를 뒷받침할 풍부한 전력은 중국 AI 산업의 최대 경쟁력이어서다. 이른바 '딥시크 쇼크'를 통해 중국의 AI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미국과 어깨를 견줄 만하단 점이 입증됐으니 '윈윈 하자'는 제안은 일단 매력적이다.

마침 한중 산업협력 구조도 한국의 기술과 중국의 저비용 노동력이 결합한 비용·공정 중심의 분업형 'V1.0'에서 AI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연산·데이터는 물론, 핵심 하드웨어 기술과 표준·보안·규제까지 아우르는 협업형 'V2.0'으로 전환하는 단계다. 우리로선 더이상 '전반적 기술 우위'의 분업을 이어가지 못해 아쉽지만, 이것이 현실인 이상 새로운 구조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후 연구원은 "AI 협력을 위해 '고위급 전략대화'를 구축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을 선뜻 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또 다른 현실이다. 우리가 소속된, 미국을 중심으로 짜여진 공급망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중 산업협력 V1.0 시대엔 미중 공급망 역시 중국 생산, 미국 소비라는 상호 이해관계가 성립된 상태여서 미국의 동맹국인 우리도 중국과의 협력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AI, 로봇 등 첨단 산업영역에서 미중이 본격적 경쟁관계에 돌입해 각자의 폐쇄적 공급망을 갖추고 총성없는 전쟁을 이어가는 게 한중 산업협력 V2.0 시대를 둘러싼 기본 구조다.

중국의 제안에 우리가 호응할 경우 반대로 미국 주도의 공급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다분한 셈이다. 후 연구원이 콕 집어 언급한 HBM의 경우 미국이 지난해 발표한 AI용 메모리 수출 제한의 핵심 품목이다. 제조과정에 미국 장비나 기술이 일부라도 투입됐다면 통제 대상이다. HBM은 AI 연산능력을 높이는 핵심 부품이라 중국의 AI 산업 육성에 필수적이다. 미국의 의도가 명확한 가운데 우리가 곧바로 한중 산업협력 V2.0 시대로 직행할 경우 반대급부가 너무 크다.


'전력 공유'도 마찬가지다. 자칫 '에너지 예속'으로 얽힐 수 있다. 러시아 에너지망에 예속된 독일이 러·우전쟁을 거치며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똑똑히 본 상태다. 이는 한미 안보와도 무관치 않다. 전통적으로 에너지를 안보자산으로 보는 미국의 시각에서 동맹국이 전략 경쟁국의 에너지에 의존하면 이는 곧바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안보 리스크다.

이 같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중국의 싱크탱크가 AI 협력을 제안하기 시작한 건 우리가 어느 순간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내려야 할 기로에 설 수 있단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HBM 등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가치가 중국에 작지 않단 점도 확인된 셈이다. 어느 때 보다 우리의 가치를 정확히 인지하고 미중 기술패권 레이스의 향배는 물론, 중국 내부의 상황도 빠르고 깊이있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마침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관계 개선의 전기가 마련돼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의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나가야 한다. 한중 산업협력 V2.0 시대에 양국 협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비용을 계산하는 문제로 바뀌고 있다.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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