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앙리 푸앵카레는 저서 '과학과 가설'에서 "집을 벽돌로 짓듯 과학은 사실로 짓는다"고 했다. 검증된 사실을 재료 삼아 촘촘히 연결해 가설을 세우고 이론과 법칙으로 확장하는 게 과학이라는 의미다.
과학에 '믿음'이 붙으면 어쩐지 어색하다. 뭔가를 '믿는 마음'에는 증거와 사실이라는 가치가 때때로 무용하기 때문이다. 믿음은 개인의 오랜 경험을 통해 자라나기도 하고 애정과 미움 같은 감정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순수한 믿음 앞에서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실이 전부인 과학과 믿음은 참 어울리지 않는 짝이다.
역설적이지만 무엇보다 믿음이 필요한 영역도 과학이다. 현장에서 만난 과학자가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 같은 영예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매년 평가에 그럴듯한 성과를 적어낼 수 있는 연구를 한다. 1년 만에 혁신적인 뭔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래도 '미흡'은 나오지 않아야지. 연구비가 잘리면 어떡하나. 부처 예산을 뺏기면 어떡하나. 그런데 역대 노벨상은 수십 년간 그럴듯한 성과가 없던 연구가 인류의 난제를 풀었을 때 주어졌다. 그 긴 시간을 견뎌줘야 한다."
과학에 '믿음'이 붙으면 어쩐지 어색하다. 뭔가를 '믿는 마음'에는 증거와 사실이라는 가치가 때때로 무용하기 때문이다. 믿음은 개인의 오랜 경험을 통해 자라나기도 하고 애정과 미움 같은 감정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순수한 믿음 앞에서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실이 전부인 과학과 믿음은 참 어울리지 않는 짝이다.
역설적이지만 무엇보다 믿음이 필요한 영역도 과학이다. 현장에서 만난 과학자가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 같은 영예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매년 평가에 그럴듯한 성과를 적어낼 수 있는 연구를 한다. 1년 만에 혁신적인 뭔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래도 '미흡'은 나오지 않아야지. 연구비가 잘리면 어떡하나. 부처 예산을 뺏기면 어떡하나. 그런데 역대 노벨상은 수십 년간 그럴듯한 성과가 없던 연구가 인류의 난제를 풀었을 때 주어졌다. 그 긴 시간을 견뎌줘야 한다."
과학자의 눈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이 주장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가. 얼마나 큰 '믿음'을 가져야 하는가. 과학자가 자유로운 환경에서 신이 나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하려면 방법은 하나다. 주머니는 든든히 채워주고 평가는 느슨해야 한다. 사회의 어떤 영역에서 이 논리가 유순하게 받아들여지는가.
그래서 과학이 사회의 일부가 되는 순간 과학은 믿음의 영역이 된다. 정부가 수조 원의 예산을 과학기술 연구에 쏟아붓고 이를 국민이 용납하는 이유는 연구가 언젠가 질 좋은 일자리를, 건강을, 믿고 기댈 만한 국력을 선사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상상조차 어려운 것을 지지하는 행동은 믿음이 아니고선 좀처럼 설명할 수 없다.
내년에 35조5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예산이 R&D(연구·개발)에 투입된다. 믿음이 여기서 끝나선 안 된다. 앞으로의 연구 선정·진행·평가과정에서도 과학자의 호기심과 책임감을 믿어줘야 한다. 기한은 믿음이 사실이 돼 새로운 법칙으로 탄생할 때까지다.
박건희 정보미디어과학부 /사진=박건희 |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