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헌법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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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법안, 사법개혁 내세우지만
삼권분립 흔들고 법치 붕괴 우려
사법부 독립, 공정 재판의 방파제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 면전에서 사법제도 개편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직언했다.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아주 이례적으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8일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법관들의 우려와 걱정이 표출됐다. 대한변호사협회 전 협회장들을 비롯한 각계 원로들도 반대 입장을 냈다.
가장 문제되는 법안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이다. 내란특별재판부 법안은 특정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 구성에 법원 외부 인사가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놨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즉 무작위 배당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사법부 독립은 법관 인사와 법원 재정권 독립에서 출발한다. 특정 사건에 대해 입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맞춤형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명백한 사법부 독립 침해다. 선진국에서는 정치적 악용 가능성 및 공정성 훼손을 이유로 아예 특별재판소를 허용하지 않는다. 나치 독일의 인민재판소나 동독 정권의 특별재판부가 반대파 숙청의 도구로 악용됐다. 이런 역사적 전례는 특별재판소가 정치적 보복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법관이나 검사가 고의로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처벌한다는 법왜곡죄도 사법부 독립을 본질적으로 위협한다.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헌법 103조)과 독립된 사법권을 형사 처벌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반민주적이다. 판결 내용을 이유로 판사를 처벌하는 것은 정치적 외압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독일에서도 법왜곡죄는 사문화됐다.
더욱이 이 법안은 검사나 경찰 등 수사 담당자까지 모두 처벌 대상으로 규정해 중요 범죄수사가 불가능하게 된다. 만일 이 법이 통과되면 법관·검사·경찰에 대한 고소·고발이 상시로 벌어져 범죄 수사와 처벌을 위한 적극적인 소통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정의 구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대할 것이다.
대법관 증원도 사법부 장악 시도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상고심 사건의 적체를 명분으로 대법관 정원의 증원을 주장하지만, 법조계와 법학계는 그 방식과 시점에 사법부 장악 목적을 의심한다. 현재 14명의 대법관 업무가 과중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정원을 늘리는 것은 상고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먼저 하급심 법관 인력을 충원하고, 1심과 2심 재판을 충실히 해서 대법원 상고 사건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정 정부에서 대법관이 대폭 증원되는 것은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만일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원조직법이 통과되면 이 정부에서 24명의 대법관 중 22명이나 임명할 수 있다. 사법부 장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문제도 사법부 독립을 근본적으로 해칠 우려가 높다. 사법행정은 재판의 독립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최소한의 내부 자율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법관이 아닌 외부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위원회에서 법원 행정을 담당한다면 사법행정권의 외부 통제를 강화해 사법부의 독립성이 약해질 것이다. 외부 인사들에 의한 정치적 영향력이 사법행정 전반에 미치면, 법관 인사를 매개로 재판 개입이 상시화할 위험도 커진다.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부 독립 침해 사례들은 선진국에서는 모두 실패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몇몇 저개발 국가에서는 사법 개혁을 빌미로 최고법원을 장악한 이후 결국 사법부가 독재 정권을 견제하지 못해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경험했다. 사법부 독립은 법원과 법관의 독립을 통해 모든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최후의 방파제다. 사법부 독립을 위협하는 법안들은 즉시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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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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