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비디아의 독점은 4∼5년을 넘기기가 힘들다.” 지난해 5월 반도체 분야 세계적 권위자 유회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인공지능(AI) 반도체대학원 원장이 했던 말이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세계 반도체의 주류인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GPU는 AI용이 아니라 게임용이고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AI가 데이터센터를 거쳐 스마트폰과 가전 등 산업과 사회 전반(온디바이스 AI 시대)으로 퍼질수록 GPU 성능과 효율이 떨어진다. AI에 특화한 신경망 처리장치(NPU)가 GPU를 대체하고 인간 두뇌에 가까운 지능형 반도체(PIM)와 생체신경모방(뉴로모픽) 반도체로 진화한다는 게 유 원장의 진단이었다.
이 예측이 벌써 현실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구글은 한 달 전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3.0’을 공개했다. 자체 개발한 NPU형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를 쓰고도 성능이 GPU 기반의 챗GPT보다 훨씬 뛰어났다. 3년 전 구글은 챗GPT 출현에 검색시장 잠식을 우려해 ‘비상사태(코드 레드)’를 발령했는데 이번에는 오픈AI가 코드 레드를 발동할 정도였다. TPU는 가격이 GPU의 절반 수준이고 전력 효율도 2∼3배 높다. 구글은 TPU를 메타 등에 판매한다고 한다. 엔비디아 독점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AI 대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은 “AI 경쟁에서 구글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중국의 굴기도 무섭다. 항저우 신생기업 딥시크가 올 초 큰돈 들이지 않고도 세계적 수준의 고성능 AI 모델을 공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후에도 초가성비 모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화웨이와 알리바바, 캠브리콘 등 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에 맞먹는 수준의 자체 AI 칩을 내놓았고 메모리 분야도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중국은 AI와 반도체 인재·기술 역량이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다. 수년간 이어져 온 미국의 가혹한 봉쇄가 외려 AI·반도체 기술 자립화와 고도화의 기폭제로 작용한 셈이다.
이 예측이 벌써 현실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구글은 한 달 전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3.0’을 공개했다. 자체 개발한 NPU형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를 쓰고도 성능이 GPU 기반의 챗GPT보다 훨씬 뛰어났다. 3년 전 구글은 챗GPT 출현에 검색시장 잠식을 우려해 ‘비상사태(코드 레드)’를 발령했는데 이번에는 오픈AI가 코드 레드를 발동할 정도였다. TPU는 가격이 GPU의 절반 수준이고 전력 효율도 2∼3배 높다. 구글은 TPU를 메타 등에 판매한다고 한다. 엔비디아 독점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AI 대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은 “AI 경쟁에서 구글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
정부의 상황 인식은 나무랄 게 없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0일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반도체 산업을 국가 총력전이 필요한 전쟁터에 빗댔다. 김 장관은 “서부전선(중국)이 1000억 달러 펀드를 만들었고 동부전선(미국)은 530억 달러 보조금을 쏟아붓고 일본의 보조금도 600억 달러에 육박한다”고 했다. 사방에서 포위망이 조여오는데 한국은 반도체에 투입되는 돈이 고작 2조원, 즉 2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만 1위를 고수할 뿐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에서 취약하다. 설계(팹리스)는 미국에, 파운드리(위탁생산)는 대만에, 소재·부품·장비는 일본에 한참 모자란다.
비장한 각오와는 달리 해법이나 정책 방향은 절박감을 찾기 힘들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는 최신형 원자력발전소 10기 이상에 해당하는 15기가와트(GW) 전력이 필요한데 발전소 건설이나 송배전망 구축은 오리무중이다. 경쟁국들은 밤낮없이 기술개발에 몰두하는데 우리는 연구개발(R&D) 인력까지 ‘주 52시간제’에 꽁꽁 묶여 있다. 정부는 지주회사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의 물꼬를 트겠다고 했지만, 적용 범위가 좁고 절차도 까다롭다. 산업과 금융의 상호지배를 막는 금산분리규제는 신산업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의 족쇄로 악명이 높은데도 여전히 금과옥조로 남아있다.
벤처 1세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보고회에서 “우리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더 강자를 만나면 지고 약하더라도 더 약자를 만나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이 투자한 전략물자를 무용지물로 만들어야 승리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상대국에 비해 화력(자본과 투자)과 정예병력(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투부대(기업)의 손발까지 묶어둬서는 참패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로 들린다. 이대로라면 ‘AI 3대·반도체 2대 강국’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만큼이나 어렵다.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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