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훈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이 7일 제주시 제주아스타호텔에서 열린 제6회 제주플러스전문가포럼에서 '위기의 제주관광, 대응방향'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이날 포럼은 제주대학교 링크 3.0 사업단과 제주테크노파크, 뉴스1이 공동 주최하고 뉴스1 제주본부가 주관했다. 2023.11.7/뉴스1 |
인구 감소가 구조화되면서 지방의 경제 회복은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산업 기반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는 전통적인 경기 부양 수단만으로는 지역 활력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농어촌 지역에서 외부 방문객 유입은 사실상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 축제는 단순한 문화 행사가 아니라 ‘정책 자산(policy asset)’으로 재평가돼야 한다.
강원도 화천군과 충남 보령시는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올해 화천산천어축제는 23일 동안 186만명을 끌어들였다. 주민 2만3000명의 81배가 유입된 것이다. 경제 파급 효과는 3876억원으로 화천군 지역 총생산(GRDP)의 11%에 달했다. 올해 보령머드축제 기간에도 169만명이 방문해 1486억원 경제 효과를 냈다.
2월 1일, 강원 화천군 화천산천어축제장에서 관광객들이 축제 폐막을 하루 앞두고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 축제 기간 관광객은 총 186만 명에 육박했다. |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문화관광축제를 통해 관람객 1196만명을 유치하고 6038억원의 소비지출 효과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분석에서도 공연 축제 개최 지역의 방문객은 비개최 지역보다 19.5% 늘었고, 관광 업종 소비는 6.5% 증가했다. 축제는 규모에 따라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산업적 성격을 띠며, 인구 감소 지역일수록 그 효과는 도드라진다.
물론 모든 지역 축제가 큰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지자체가 지역 고유성이나 산업 연계 없이 공연·부스 중심의 획일적 기획을 반복하고 있다. 바가지요금과 숙박난, 교통 불편 등은 재방문율을 낮춘다. 반면 김천 김밥 축제처럼 지역 생활문화와 특산물을 결합해 축제 자체를 지역 브랜드화하고, 주민 참여와 상권 활성화를 이끌어낸 사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 축제를 정책적으로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첫째, 지역 고유 자원과 산업을 결합한 ‘융합형 축제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축제 프로그램이 지역 농특산물·주력 산업·로컬 상권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축제 방문→지역 소비→지역 소득 증가의 선순환이 작동해야 한다. 지역의 생산·유통·관광 자원을 직접 활용하도록 정책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둘째, 변화하는 근로·여가 패턴에 맞춰 체류형·중장기형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주 4.5일제 논의, 워케이션 확산 등 새로운 생활 양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맞춰 축제도 당일 방문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며칠 이상 머무르며 일·휴식·체험이 결합하는 구조로 확장해야 한다. 교통·숙박·디지털 인프라 개선과 가격 투명화, 바가지요금 차단 장치가 필수적이다.
셋째, 국가 단위의 ‘전략형 축제 선별·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브랜드형·전략형 축제는 국가가 집중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역 맞춤형 틈새형·생활형 축제로 차별화하는 이중 지원 체제가 필요하다. 지역 간 소모적 경쟁을 줄이고, 예산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넷째, 축제가 지역 경제에 기여했는지, 회계가 투명하게 운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평가 체제가 필요하다. 방문객 수, 경제 파급 효과, 지역 산업 연계도 등 핵심 지표를 표준화해 공개함으로써 정책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지역 축제는 생활 인구 유입, 지역 소비 진작, 지역 브랜드 강화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정책 수단이다. 축제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전국적 경쟁 구도에서는 ‘행사 개최’만으로는 미래가 없다. 지역 축제를 지역 경제 전략의 중심에 놓고, 구조적 관점에서 재편할 때 비로소 지방 소멸 시대의 대응 수단으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지역의 현재를 넘어 미래를 결정짓는 전략적 정책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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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훈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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