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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집을 사기 위해 퇴직연금을 중간에 깬 사람이 4만 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 중 다수는 내집 마련을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대출을 최대한 늘려 집을 산 이른바 ‘영끌족’의 부동산이 경매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에는 변동금리 대거 전환돼 체감이자 부담이 최대 5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 인출 인원은 6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4.3% 증가했다.
중도 인출자 6만7000명을 사유별로 보면 ‘주택 구입’이 3만8000명으로 56.5%를 차지했다. 모든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인원(3만8000명) 자체도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23년(3만4000명·52.7%)과 비교하면 인원은 11.9%, 비율은 3.8%포인트 각각 늘었다.
이들 3만8000명의 중도인출 금액은 총 1조8000억 원이었다. 이 역시 2015년 이후 최대치다.
주택 구입 다음으로는 △주거 임차(1만7000명·25.5%) △회생 절차(9000명·13.1%) △장기 요양(3000명·4.4%) 등 순으로 많았다.
결국 지난해 전체 중도 인출자의 82.0%(56.5%+25.5%)는 주택·주거, 다시 말해 ‘집’ 때문에 퇴직연금을 깬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전년(80.2%)보다 1.8%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 주택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지자 퇴직연금까지 동원해 내집 마련에 나선 사람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가운데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이 불어나면서 상환 능력이 한계에 도달. 경매로 집이 넘어가는 경우도 상당수로 파악됐다.
지난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국에서 ‘임의경매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상가)은 총 4만5324건에 달했다.
작년 동기(5만1853건)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연도별 증가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불과 3년 만에 2.4배 이상 폭증했다. 금리 상승기와 부동산 가격 조정기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현재의 경매 급증은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 대거 판매된 5년 ‘혼합형(고정→변동)’ 주택담보대출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변동금리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기 전환 시 이자가 크게 뛰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 경제 전문가는 “금리 정상화 국면에서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일으킨 차주들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졌다”며 “5년 혼합형이 변동금리로 전환되면 체감 이자 부담이 30~50%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끌 후폭풍은 아파트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서도 경매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도시형 주거시설·상가로까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사이클이 확산되는 중”이라며 “중·소형 자산 보유층의 유동성 위기가 이미 본격화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를 가계부채 리스크의 정점 구간으로 본다.
금리 재산정 시점이 몰려 있는 올해는 한국 가계 신용의 분수령이다. 연체율은 내년 상반기 오히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영끌족이 선호했던 5년 혼합형 대출이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시점은 금융 리스크 확대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의 경매 급증은 겉으로 드러난 초기 현상일 뿐,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차주가 더 많다는 경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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