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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공존과 존중으로 이룬 명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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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공세리 느티나무

아산 공세리 느티나무


충청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아산 공세리성당 자리는 조선 성종 때인 1478년 부근의 40개 마을에서 농사지은 곡식을 한양으로 옮기기 위해 갈무리해두는 창고가 있던 곳이다. ‘공세(貢稅)곶창’이라는 이름의 창고였다. ‘공세리’라는 마을 이름은 거기서 유래했다. 곡식 창고를 더 굳건히 지키기 위해 성곽처럼 방어시설까지 세웠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며 조운 제도가 약화되자 창고의 쓰임새는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1865년 공세곶창은 폐지됐다. 그로부터 약 30년 동안 큰 나무들이 지키던 텅 빈 터에 성당이 들어섰다.

목조 건물이던 성당을 지금의 벽돌 성당으로 바꾸어 짓는 대공사를 주도한 건 나중에 부임한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의 에밀 드비즈 신부였다. 1922년 완공한 지금의 건물이다. 그때 성당에서 3m쯤 떨어진 자리에는 마을에서 당산제를 지내던 ‘당산나무’가 있었다. 서구 종교와 부딪칠 수 있는 토착 신앙의 상징인 당산나무를 드비즈 신부는 성당 한가운데로 옮기는 대공사를 감행했다. 공사 중 몇명의 인부가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올 만큼 어려운 공사였다.

서구 문화의 충격을 흡수하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공세리성당의 랜드마크가 된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350년쯤이고, 높이 19m, 가슴높이 줄기 둘레 4.5m에 이르는 큰 나무다. 사방으로 고르게 나뭇가지를 펼치는 우리네 느티나무의 전형적 생김새를 갖췄고, 건강하고 아름답다. 이 밖에도 큰 나무가 여럿 있다. 그 가운데 성당 진입로에 서 있는 느티나무와 팽나무 등 6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하나의 건축물 주변에 이처럼 많은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된 경우는 흔치 않다.

공세리성당의 풍경은 우리 안에 스민 외래 종교가 배제와 단절을 버리고 공존과 존중을 선택해 이룬 결과다. 이국적 건축 양식과 한국 고유의 나무가 맞춤하게 어울린 고풍스러운 정경은 그렇게 해서 남았다. 성탄절 즈음에 찾아갈 만한 명품 나무 풍경이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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