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산록도로 인근의 고 박진경 대령 추모비 옆에 세워진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의 모습.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사건 강경진압 주도자인 고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가용한 법적·제도적 방법을 동원해, 4·3 피해자의 고통과 진상규명 노력이 부정당하는 일을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에 주둔한 조선경비대 제9연대장으로 부임해, 6월 부하에게 암살될 때까지 40여일 동안 무차별 검거·연행을 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한국전쟁 중인 1950년 12월 을지무공훈장을 받았다. 박 대령 유족은 이 훈장을 근거로 지난 10월 국가유공자 지정을 신청했고, 서울보훈지청은 이를 승인했다. 국가유공자법에 규정된 국가유공자 등록 요건 중 하나인 ‘무공훈장을 받은 사람’에 해당돼, 자동으로 지정된 것이다. 지난달 4일에는 이 대통령과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직인이 찍힌 국가유공자증이 유족에게 전달됐다.
정부의 제주 4·3 진상보고서에는 박 대령이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고 했다는 전임 연대장의 증언이 재인용돼 있다. 그가 “양민 여부를 막론하고 도피하는 자에 대하여 3회 정지명령에 불응자는 총살하라”고 했다는 부하의 법정 진술도 인용돼 있다. 보고서는 “불과 한달 사이에 수천명의 포로를 양산”했다고 기록했다. 그 중심인물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한 것은 역사에 대한 모욕이고, 4·3 유족과 제주도민의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이 대통령은 야당 대표이던 지난 4월 추념식에 참석해 “4·3은 계엄에 의한 국민 학살”이라며 국가폭력에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이재명 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제주도민의 상실감은 더욱 클 것이다.
국방부는 박 대령 국가유공자 등록의 근거가 된 을지무공훈장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훈법에 따르면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에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75년 전 기록이 남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두환·노태우처럼 특별법을 통해 서훈을 취소한 전례도 있다.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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