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1.84% 하락한 4090.59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
연말을 앞둔 시점에서 올해 평균 달러당 원화가치가 1420원 선까지 밀려났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연평균 원화가치(약 1395원)보다도 낮다. 이달 들어 원화가치가 달러당 1470원대에서 머물면서 연간 평균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은 주간 거래에서 전 거래일(1473.7원)보다 2.7원 상승한(환율 하락) 147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화가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전 10시 19분께 1478원까지 미끄러지며 1차 저항선으로 꼽는 1480원 선을 위협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 전환했다.
신재민 기자 |
원화와 동조화 경향이 강한 엔화가 19일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강세로 돌아선 데다 정부의 구두개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전날(14일)에도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하는 등 외환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어렵다. 미국 달러 약세에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통상 달러인덱스가 하락하면 원화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가치는 강세를 띠지만 최근 원화만 유독 맥을 못 추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달러인덱스는 이달 초 99.41에서 15일(미국 동부시간 새벽 2시) 98.37로 보름 새 약 1% 하락했다. 이달 1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연속 금리를 인하한 영향이 크다. 같은 기간 유로화(1.1%), 스위스 프랑(1%), 엔화(0.2%) 등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통화가 일제히 올랐다. 반면 원화 가치는 0.07% 하락했다.
한국 원화만 약세를 띠는 것은 달러 강세보다 구조적으로 외환 수급 불안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를 비롯해 기관투자가와 기업의 해외 투자가 확대되면서 늘어난 달러 수요가 원화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개인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55억2400만 달러(8조1300억원) 순매수했다. 역대 최대였던 10월(68억1300만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대규모 투자였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이탈했다. 지난달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4조17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보름간 2조원가량 순매수했지만 지난달 역대 최대 순매도 여파에서 코스피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그동안 연기됐던 미국 각종 경제지표가 줄줄이 발표되고 BOJ 통화정책 결과에 따라 미국 달러와 채권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달러당 원화값의 변동성이 커지면 달러당 원화값은 1480원 선을 뚫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4% 하락한 4090.59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1조4372억원 어치 순매도한 영향이다. 특히 오라클과 브로드컴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불을 지핀 것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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