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찬동 논설위원 |
'3대 특검' 막바지에 불거진 여당 정치인의 통일교 연루 의혹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민중기 특검팀의 편파 수사 논란이 민심에 불을 지폈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종교단체 해산 발언은 정국을 '통일교 블랙홀'로 빨아들일 태세다. 이제 김건희 특검보다 별건의 통일교 수사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종교단체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넘어 종교의 자유와 국가 권력의 행사로까지 논란 범위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도 성숙해질 수 있을 듯하다.
최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치에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의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며 일본을 사례로 들었다. 이에 조원철 법제처장은 "헌법 문제라기보다 민법 38조 적용의 문제"라며 "종교단체가 조직적으로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를 지속했을 경우 해산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표현대로 "통일교가 더불어민주당에 돈을 준 사실을 밝히지 말라는 협박"인지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정부가 실제로 해산명령을 끝까지 관철할지, 통일교가 여권에 돈을 준 사실을 숨김없이 밝힐지로 짐작할 따름이다. 한 전 대표의 주장이 맞으려면 양측 행위 모두 'XX'일 때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통일교만 입을 다물면 해산명령도 엄포에 그치는 것이다. 반면 'OX'와 'XO' 경우는 한 전 대표의 주장이 틀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해산을 밀어붙이는데, 통일교가 입을 닫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OO'일 때는 판단이 모호한데, 정부와 통일교 모두 시험대 위에 놓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통일교 해산은 종교의 자유와 공공복리를 둘러싼 치열한 법리 다툼이 불가피하다. 사회적 논란이 큰 다른 종교단체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이 점에서 한국과 법제는 다르지만 통일교 재판이 진행 중인 일본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참고가 될 듯하다.
애초 일본은 1939년 전시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종교단체법'을 제정해 국가 허가제와 해산 규정을 두었다. 전후 이 법은 폐지됐지만, 1951년 제정된 '종교법인법'에 해산 조항 일부가 남았다. 법령 위반이나 공공복리 침해가 있을 경우 해산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옴진리교와 명각사도 이 법에 따라 해산됐다.
3년 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암살되고 통일교 논란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이 법의 적용 방안을 연구했다. 이후 법원에 통일교 해산명령을 청구했고, 도쿄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지난 3월 해산을 명령했다. 법원은 통일교의 고액 헌금 권유와 다수의 피해 사례를 근거로 해산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통일교 측은 민사 분쟁까지 국가가 개입해 종교단체를 해산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반한다며 즉시 항소했다. 종교법인법상의 '공공복리' 개념이 모호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은 일본처럼 종교법인 해산을 규정한 별도 법률이 없다. 그래서 종교법인도 민법상 법인으로 제38조 해산 규정에 따른다. 사회적 위해나 중대한 법령 위반 여부가 해산 판단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종교단체도 불법행위가 면책될 수는 없다. 정치자금법이든 민법이든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편파 수사 의혹이 제기된 이상 여야·지위 고하와 관계없는 엄정 수사도 필요하다.
이참에 종교법인의 회계 투명성을 제도화하는 방안까지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대통령이 나서서 종교단체 해산을 촉구하는 것은 보다 신중함이 필요하다. 종교의 자유에 대한 국가 권력의 위험성이라는 더 큰 주제로 논쟁이 파급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계엄·특검 정국도 대통령 권력을 제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찬동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