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이어 美 전략광물 공급망 파트너 떠오른 한국 [사설]

고려아연이 미국에 10조9000억원 규모의 핵심광물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미국 국방부와 관련 기업이 3조원가량을 투자해 주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 정부가 외국 민간 기업의 생산시설에 대규모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미국이 현재 처한 자원 안보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파트너로 고려아연을 선택했다는 건, 한국 제조업의 우수성을 미국이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한 '마스가(MASGA)'에 이어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도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로 부상한 것이다.

미국이 고려아연에 러브콜을 보낸 배경에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있다. 탄약과 미사일 제조에 필수적인 안티모니, 레이더와 위성에 쓰이는 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광물의 대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중국의 수출 통제는 미국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미국은 자국 내 공급망 재건을 시도했으나 독자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핵심 광물을 채굴해도 이를 제련할 산업 생태계가 이미 붕괴된 상황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희소금속을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로 회수하는 '통합 제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안티모니를 재가공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고, 게르마늄은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에 수출할 계획이다. 중국의 수출 규제 1호 품목인 갈륨의 국내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기술과 수출 능력을 이미 입증한 파트너라는 점에서 미국의 선택은 필연에 가깝다.

세계 공급망 질서가 '안보'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강력한 외교적 레버리지다. 한미동맹이 조선과 광물을 아우르는 '제조업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대미 통상 협상에 적극 활용해 국익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고려아연의 미국 진출이 국내 산업의 공동화가 아닌 글로벌 영토 확장이 되도록 국내 공장 고도화와 연구개발도 지원해야 한다. 자원 안보 시대를 맞아 기술력으로 쌓은 파트너십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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