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 글로벌경제부 차장 |
가장 이질적인 자각은 유럽 20여 개 나라를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노숙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왔다. 물가도, 추운 날씨도 이유가 아니었다. 비결은 폐쇄적 이민 정책이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덴마크의 '독특한 이민 정책'을 분석했다. 덴마크는 2015년부터 이민 정책이 강력해지기 시작했고, 2019년 좌파 사회민주당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가 취임한 후에도 가속페달을 밟았다. 덴마크의 좌파 정부는 다른 나라의 극우 정부처럼 난민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난민을 수용한 이후에는 철저히 덴마크 사회로 통합하는 정책을 편다. 영주권 취득 절차를 더 길게 만들고 예비 난민 수용시설도 줄였다.
높은 세금을 걷는 이 복지 강국은 급격한 이민이 불러올 문제들을 감안해 '반이민 현실주의'로 대항했다. 2015년 약 2만명이었던 덴마크 난민 신청자는 작년 2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유럽은 좌파와 우파의 온갖 정치 실험이 벌어지지만, 모든 나라가 '반이민'을 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띤다. 좌파 노동당으로 정권 교체를 한 영국조차도 덴마크를 통해 배우고 있다.
나이절 패라지의 영국개혁당은 정책이 도널드 트럼프와 판박이인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다. 패라지는 "고장 난 영국을 고치겠다"며 영불해협을 건너는 보트를 막고 이민자를 0명으로 틀어막겠다고 외친다. 세금 감면, 친환경 규제 철폐, 영국 우선주의를 내건 패라지가 젊은 세대의 폭발적 지지를 얻으면서 보수당은 전례 없는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많은 유럽인은 자국의 실업과 경제적 양극화, 주택난을 이민자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부유한 덴마크의 정치 실험이 성공한다면, 유럽의 젊은 세대는 더 포퓰리스트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제 트럼프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이민자 앞에선 좌파도, 우파도 없다. 씁쓸한 유럽 정치의 현실이다.
[김슬기 글로벌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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