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5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이 출범 일주일도 채 안 돼 전방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15일 오전 9시부터 경기 가평의 통일교 천정궁 등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수사팀은 이날 압수수색을 위해 기존 팀 수사진 23명에 안보수사국 인력 10명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지난 10일 수사팀을 꾸린 지 닷새 만에 대대적인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이날 압수수색은 ‘금품을 준 통일교 측’과 ‘금품을 받은 정치권 인사들’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통일교를 상대로는 가평 천정궁과 서울 용산구의 통일교 서울본부,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구속된 서울구치소 등이 꼽혔다. 통일교의 금품 지원 현황을 파악할 자료 등이 주요 확보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의혹 폭로자’인 윤 전 본부장과 함께 한 총재를 뇌물공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영장에 적시하고, 구치소에 있는 한 총재에 대해 접견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한 총재가 재판을 앞두고 변호인 접견을 해야 한다고 해서 조사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수사팀은 금품을 받은 정치인으로 지목돼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선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에 대해선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의혹을 처음 접수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대해서도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이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15일 경기 가평군 통일교 본부에서 관계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
경찰이 빠르게 압수수색에 나선 데에는 이달 말 만료되는 공소시효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등장한 최초 금품 전달 시점이 2018년이라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 7년이 임박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범죄 시점이 2018년 이후로 파악되거나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더 긴 뇌물죄를 적용하면 여유가 생길 수 있지만, 일단 위험 부담 없이 빠르게 조사를 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경찰은 정치적 편향성 문제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빠르고 적극적인 수사를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지난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여당 정치인들에 대한 금품 전달 의혹에 대한 진술을 받은 뒤에도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며 편파수사 문제를 지적했고, 경찰 수사만으론 진실 규명이 어려워 새로운 특검 출범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인사들이 통일교 행사에 참여하거나, 윤 전 본부장 등 관계자들과 면담한 경우가 많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자료에 따라 수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선 윤 전 본부장 진술 외에 구체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통일교 측의 현금 전달이 사실로 확인되고 전달 대상까지 파악되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통일교 금품 수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
다만 이 사건 당사자들은 현재 구체적인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압수수색 등 수사 결과에 따라 유력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전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8년 5월과 2018년 9월 통일교 행사날 다른 지역에 있었다”며 “분명히 불법적인 금품 수수 등의 일은 추호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도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너무 억울하다”며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특검 조사에서 의혹을 처음 제기한 윤 전 본부장도 지난 12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전달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진술을 번복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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