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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희망고문' 빗댔지만 방향은 모호… 대통령 발언에 '전북 소외론' 재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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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새만금 개발, 희망고문 말라"
개발이냐, 중단이냐 해석 엇갈려
통합·올림픽도 구체적 언급 없어
주요 현안 국정 우선순위서 밀려
지역 정치권 분열 양상도 악영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혁신과 신뢰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국토교통부(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혁신과 신뢰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국토교통부(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전북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향 제시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전북 소외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부터 세종·서울·부산을 순회 등 총 22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만금 개발과 전주·완주 통합 등 전북과 직결된 사안들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은 대체로 원론적이었다.

지난 12일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30년간 약 15조 원을 투입했지만 매립 면적은 전체의 약 40%에 불과하다"며 현실적인 사업 계획 수립을 주문했다. 장기간 지연된 새만금 개발을 '희망고문'에 빗대 문제를 지적했지만, 이를 두고 해석은 엇갈린다. 개발에 속도를 내라는 주문인지, 아니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취지인지 모호하다는 평가다. 이는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과 국정 초반 강한 어조와 직설적 화법으로 '사이다 발언' 이미지를 보여 온 것과는 다른 행보라 혼란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이 15일 "사업 완공 연도를 2050년보다 앞당기는 방향으로 기본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업 축소, 개발 지연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앞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3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발언은 매립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새만금 개발 전략 전체를 다시 세우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의당 전북도당도 성명서를 내고 "그동안 새만금이 겪어온 실패와 혼란을 정확히 꿰뚫은 발언"이라고 평가하며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김관영 전북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말씀처럼 할 수 있는 것부터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속도감 있는 개발 지원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북 3중 소외론' 등을 언급하며 새만금 RE100 국가산업단지 조성, SOC 조기 완성을 공약했다. 하지만 관련 사업이 전남 등 타지역에 배치되거나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 등으로 발목이 잡히면서 전북 주요 현안이 국정과제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전주·완주 통합 문제 역시 이 대통령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가다. 지난 8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 위원이 전주·완주 통합 사례를 들며 "연합을 통한 단계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충남·대전 통합 사례를 언급하며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묻는 등 비교적 구체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앞선 5일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도 "충남·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북도가 이미 지방시대위원회에 통합 건의안을 제출해 행정안전부장관 결정이 남아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의 온도 차는 두드러진다.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역시 대통령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해석이다. 해당 사안이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현재까지 전폭적인 지원 계획이나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서다. 다만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커스티 코번트리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한국에서 다시 오륜기를 봤으면 좋겠다"며 일정 수준의 관심과 지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철저히 준비하라"고 주문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림픽 유치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상황인데도 전북 정치권의 분열 양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사 출마를 공식화한 이원택·안호영 민주당 의원과 정헌율 익산시장 등은 김관영 지사의 도정 운영을 두고 '뻥축구' '디테일 부족'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산적한 지역 현안을 두고 지역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지만, 중앙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지역 정치권의 각개전투가 맞물리면서 도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피로감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석빈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는 "'전북 소외론'은 과장된 피해 의식이 아니라, 대통령의 결정·방향·우선순위가 드러나지 않는 명확한 메시지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의 결과"라며 "그러나 온전히 중앙 정치권과 정부부처 탓으로 돌리긴 어렵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 책임도 큰 만큼 내부 정리와 공동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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