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상 한국콜마 디자인그룹 상무 |
K뷰티가 전세계를 흔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85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2022년부터 수입 화장품 1위를 지키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지난해 점유율 22.2%로 프랑스(16.3%)를 제치며 사상 첫 1위에 올랐다. 이제 K뷰티는 더 이상 한류의 덕을 보는 산업이 아니라 세계 화장품 시장의 구조적 강자가 됐다.
이 성장의 뿌리에는 한국 특유의 뷰티 밸류체인이 있다.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는 제조자개발생산(ODM), 트렌드와 마케팅을 이끄는 브랜드가 긴밀하게 협업하며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구조다. '아이디어-기술-상품화-유통'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세계 어디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사, 포장재사에서도 한국 뷰티 시장의 발전에 관심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제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단계를 넘어 미래의 기준을 제시하는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중심에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친환경 용기다. 앞으로의 화장품 산업은 기능이나 디자인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이야말로 브랜드 가치의 새로운 척도가 되고 있다.
한국콜마는 이 분야에서 이미 세계를 이끌고 있다. 필자가 디자인개발을 총괄했던 친환경 종이튜브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고 이후 종이스틱, 종이파우치로 확장됐다. 단순히 플라스틱을 종이로 대체한 수준이 아니라 내용물의 안정성·구조 설계·분리배출 편의성·생산 효율까지 모두 새롭게 디자인하고 설계한 결과물이다.
이런 기술력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았다. 한국콜마의 친환경 용기 시리즈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미국 IDEA 어워드 등 세계 3대 디자인상을 모두 수상하며 '디자인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디자인과 기술, 두 영역에서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몇 년 전 해외 브랜드 관계자들이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 와서 종이튜브 개발과정 설명을 듣고 상용화된 제품을 직접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원더풀(wonderful)"을 연발하며 놀라워했다. 그 순간 느꼈다. 이제는 한국이 단순한 제조기지가 아니라 글로벌 뷰티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앞으로 K뷰티가 더 큰 리더십을 가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가 제품의 디자인 혁신과 친환경 설계의 통합이다. 기능, 감성, 지속가능성을 함께 디자인하고 설계해야 한다. 둘째는 뷰티업계 밸류체인 전체의 순환 구조화다. ODM, 브랜드, 소재, 유통이 하나의 ESG 생태계로 움직여야 한다. 셋째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하는 것이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K뷰티의 친환경 모델이 산업 기준이 되도록 리딩해야 한다.
K뷰티의 다음 10년은 '얼마나 예쁜가?'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로 결정될 것이다. 한국콜마는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진정성으로 그 길을 먼저 열고 있다.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세우는 것, 그게 앞으로 K뷰티가 가야 할 길이다.
김형상 한국콜마 디자인그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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