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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반가운 두루미의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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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동이 트는 철원 평야의 하늘에서 두루미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어둠 속을 가르며 날고 있다. 철원=왕태석 선임기자

새벽 동이 트는 철원 평야의 하늘에서 두루미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어둠 속을 가르며 날고 있다. 철원=왕태석 선임기자


새벽 동이 트기 전, 철원 평야의 하늘에서는 빛보다 먼저 소리가 깨어난다. “뚜루루~ 뚜루루.” 우아한 날개를 펼친 두루미들이 밤을 보낸 토교저수지와 인근 학지를 떠나 먹이를 찾아 평야로 향하는 순간이다. 어둠 속을 가르며 날아오는 그 울음소리는 긴 겨울을 앞둔 철원의 새벽을 깨운다. 아직 햇살이 닿지 않은 논과 강 위로 울음은 낮고 길게 번진다. 고요했던 평야는 그 소리 하나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밤과 낮의 경계에서, 두루미들은 가장 먼저 하루를 연다.

새벽 동이 트는 철원 평야의 하늘에서는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아 어둠 속을 가르며 날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새벽 동이 트는 철원 평야의 하늘에서는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아 어둠 속을 가르며 날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철원은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두루미들이 남쪽으로 향하기 전 잠시 머무는 쉼터다. 해마다 10월이면 익숙하게 반복되던 풍경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10월에 내린 폭우로 추수가 늦어지며 논에 떨어진 벼 이삭에서 싹이 텄고, 두루미들의 주요 먹이인 낱알은 크게 줄었다. 그들은 오래 머무르지 못한 채 예년보다 일찍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 연유로 올해는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평야에는 드문드문 몇 마리만 모습을 드러낸다.

재두루미 한 쌍이 이른 새벽 동이 트면서 붉게 물든 철원 평야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재두루미 한 쌍이 이른 새벽 동이 트면서 붉게 물든 철원 평야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자체와 농민들이 이어가고 있는 먹이 주기 활동이다. 한탄강 변에는 뿌려진 먹이를 먹기 위해 두루미와 재두루미들이 모여들었고, 장엄한 울음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득 채웠다. 부디 이곳에서 잘 먹고 무사히 날아가, 내년에도 다시 이 평야에서 만나기를 긴 겨울을 앞둔 철원의 새벽, 사람은 말없이 두루미의 날개를 오래 바라본다.

새벽 동이 트는 철원 평야의 하늘에서는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아 어둠 속을 가르며 날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새벽 동이 트는 철원 평야의 하늘에서는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아 어둠 속을 가르며 날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눈이 내리는 철원 평야에서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아 눈을 가르며 날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눈이 내리는 철원 평야에서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아 눈을 가르며 날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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