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수사 속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어디까지

경찰, 관련 6개 업체 8곳 압수수색
수사관 36명 전담팀, 수사본부로
감리·발주처까지 수사 확대 가능성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이 13일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마지막 실종자 수습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소방청 제공

광주대표도서관(지하 2층·지상 2층) 구조물 붕괴 사고로 매몰된 4명의 사망자 수습이 끝나면서 경찰이 전방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장 과실은 물론 설계·시공·발주 전 과정을 겨냥한 수사가 예고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어느 선까지 이뤄질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13일 광주대표도서관 원청사인 구일종합건설을 비롯해 철근콘크리트, 감리, 설계 등 공사와 관련한 6개 업체의 8곳을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를 출국 금지하는 등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당국은 각 회사에서 시공 관련 자료와 사고 관계자 휴대폰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경찰청 측은 14일 "전날(13일) 시공사와 감리사 등 6개 공사 관련 업체 8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붕괴의 직접 원인을 밝히기 위해 설계와 시공 관련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공사 발주·계약·감리 문제 등 사업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경찰청은 36명으로 구성한 전담수사팀을 이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15일부터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 붕괴 사고 수사본부'로 격상하기로 했다.

수사의 출발점은 건축 구조 계산 오류 여부다. 경찰은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거더(girder·건설 구조물을 떠받치는 보)와 트러스(철제 구조물) 설계 과정에서 하중 산정과 구조 계산이 적정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PC 거더 연결부 시공 불량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PC 거더 공법은 공장에서 제작한 부재를 공사 현장으로 옮겨 철근과 볼트 결속 등으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감리 역할도 수사 대상이다. 감리사가 PC 거더나 트러스 제작 과정에서 규정대로 검수했는지가 핵심이다.

사고 책임 범위가 원청을 넘어 발주처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는 사망자 1명 이상이 발생한 산업재해를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한다. 때문에 수사기관이 광주시 종합건설본부 측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도서관은 길이 약 190m, 폭 20m 안팎의 긴 경사형 구조물 위에 8개의 대형 플랫폼을 계단식으로 얹은 독특한 구조를 채택했다. 때문에 구조적 위험과 붕괴 예견 가능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조재민 법률사무소 조안전 대표 변호사는 "건설공사 발주자는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단순 행정 집행을 넘어 현장에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 권한을 행사했는지가 법적 책임을 가를 핵심"이라며 "광주광역시가 건설공사를 주도해 총괄 관리했는지 여부에 따라 시 측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특정될지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광주=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