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영식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전 국방부 자문위원)
봉영식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전 국방부 자문위원) / 사진=국방부 |
6·25 전쟁 당시 남북 간 전투가 가장 치열하게 전개된 지역 중 하나가 백마고지다. 1952년 10월6일부터 15일까지 10일 동안 12차례의 전투 가운데 7차례나 고지의 주인이 바뀌었던 치열한 격전지였다.
국군장병과 유엔군 등의 유해 약 1000구 이상이 백마고지에 남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의 가장 치열한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인 만큼, 백마고지 유해 발굴은 단순한 작업을 넘어 한반도 평화와 희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이번 국방부의 유해 발굴 재개는 전사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 책무를 이행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 기여한다는 무형적 가치도 높다.
이는 우리 군이 그동안 지속해 온 유해 발굴의 역사에서도 확인된다. 우리 군은 앞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단독으로 비무장지대(DMZ) 내 유해 발굴을 시행했다. 유해 424구와 유품 10만여점을 수습하며 70여년 만에 전장에서 조국의 품으로 모셔오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2022년 DMZ 내 유해 발굴이 잠정 중단됐으나 국방부는 지난 10월 다시 우리 장병 100여명과 유엔사 회원국 장병들을 투입해 백마고지 유해를 수습했다. 특히 2022년 중단 당시 지표에 노출돼 덮개로 보호 조치한 50여구의 미수습 유해를 중심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25구의 유해와 1962점의 전사자 유품을 안전하게 수습했다.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진정한 길은 유해를 하루 속히 가족들과 조국의 품으로 돌려 보내는 일이다. 우리 군은 70여년 이상 묻힌 우리 호국영웅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 찾기 위한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 앞으로 관련 작업에 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 우리와 미래세대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영화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과거 영웅들이 계셨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영국의 엘리트 양성 학교인 이튼스쿨 졸업생들은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약 2000명이 참전했다. 전쟁 후 이튼스쿨은 헨리 6세 동상 앞에 참전 전사자들의 기념비를 세워 이들의 희생을 기념했다.
우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교훈을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교훈을 타국을 나무랄 경우에만 사용하지 말고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고 지켜나갈 것인가 자세를 가다듬을 때도 상기해야 할 것이다.
DMZ 유해 발굴은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할 때 비로소 완전한 형태가 된다. 북측 지역에도 국군과 유엔군 전사자의 유해가 다수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남북 간 군사적 신뢰 회복과 함께 DMZ 전 지역에서 남북 공동 조사와 발굴이 추진되길 희망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 군은 미수습 전사자 유해 발굴에 관심을 가겨야 한다. 우리 측에 강력히 협력을 요청하는 유엔 참전국들과 협력을 지속하면서 우리의 유해 발굴 활동을 늦춤 없이 계속해야 할 것이다.
봉영식 연세대 교수(전 국방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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