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의 ‘대서양 동맹’은 이제 거의 깨졌습니다. 동맹이 침략당했을 때 자동 개입한다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헌장 5조를 미국 대통령이 지키리라고 이제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유럽의 정상급 싱크탱크인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의 브뤼노 테르트레(63) 부소장은 지난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간한 외교·안보·군사 분야 최상위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미국이 전 세계 질서를 혼자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고 한 데 대해 “만일 미국이 나토를 이탈한다면 프랑스와 영국이 자체 핵전력을 가동할 수 있다”며 “유럽의 재무장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번 NSS에서 유럽에 대해 ‘문명 소멸’ ‘20년 내 알아볼 수 없을 것’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유럽의 정상급 싱크탱크인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의 브뤼노 테르트레(63) 부소장은 지난 10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발간한 외교·안보·군사 분야 최상위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미국이 전 세계 질서를 혼자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고 한 데 대해 “만일 미국이 나토를 이탈한다면 프랑스와 영국이 자체 핵전력을 가동할 수 있다”며 “유럽의 재무장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번 NSS에서 유럽에 대해 ‘문명 소멸’ ‘20년 내 알아볼 수 없을 것’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내용 자체는 미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과거에 언급했던 것이라 유럽인들에게 완전히 놀랍진 않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 흥미롭다. 연설에서 말로 할 법한 내용이 공식 문서, 그것도 미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문서에 글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극도로 강력한 표현이다. 유럽의 포퓰리스트나 급진 우파 정당들이나 사용하는 것이다. 미 행정부는 분명 유럽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해 훈수를 두고 있다. 사실 유럽은 (NSS가 언급했듯) 이민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적대국(러시아)과 동맹국(미국) 양쪽 모두로부터 도전받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지탱해온 ‘대서양 동맹’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인가.
“‘동맹’이란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원칙 그 자체다. 하지만 오늘날 유럽의 상당 부분은 미 행정부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솔직히 말한다면, 동맹은 거의 깨졌다. 하지만 군사적으로 보면 나토라는 조직 자체는 꽤 잘 작동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나토에서 이탈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결정적 관건은 미국이 유럽 내 미군을 얼마나 축소할 것이냐다. 20~25%를 감축한다면 프랑스 입장에선 경각심을 주는 계기(wake-up call)가 되니 오히려 좋다. 하지만 75%까지 줄인다면 러시아가 이득을 얻게 된다.”
―미국은 유럽에 왜 그토록 거칠고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했다고 보나.
“복합적인 감정이다. 프랑스 속담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만큼 엄하게 다스린다(Qui aime bien châtie bien)‘라는 말이 있다. 미 행정부가 유럽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심리적인 차원이 있을지 모른다. 한국과 같은 다른 동맹국엔 그렇게 강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한편으론 NSS는 중국보다 유럽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한다. 사실 미 행정부는 이 문서에서 ‘유럽’과 ‘유럽연합(EU)’을 구분한다. 그들의 진정한 적은 EU라는 것이다."
―실제 일론 머스크는 최근 ‘EU 해체’를 주장했다.
“머스크가 짜증이 난 이유는 과징금 때문임이 확실하다. 그가 말하듯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 EU에서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려면 투명성 기준을 지켜야 한다. 그걸 못 지켜서 과징금을 물게 된 것이다. 머스크는 우리에게 ‘너희 지도자를 직접 뽑지 않는다’고 말한다. 글쎄, 그렇게 따지면 미국 대통령도 국민이 직접 안 뽑는다. 국민이 대의원(선거인단)을 통해 뽑는다. 그 과정조차 2020년 미 대선과 의사당 난입 사태에서 보듯 항상 매끄럽지도 않다.”
―미국이 각종 규제를 없애버리고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EU를 해체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1990년대 프랑스가 미국에서 건너온 사이언톨로지 교회의 활동을 제한해서 클린턴 행정부와 논쟁이 있었던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우리가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생각해서 매우 불쾌해했다. 하지만 현재는 빅테크 거물들이 미 행정부와 한통속이 됐다는 점에서 달라졌다. 그들에겐 EU의 규제가 비즈니스 관점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NSS에서 미국은 유럽 우파 정당들을 ‘애국적(patriotic)’이라고 표현했다. EU 분열을 의도했다고 보나.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게 정치적으로 최상의 요소라고 할 수 없다. 소위 ‘애국주의’ 정당의 마음속엔 일종의 ‘인지 부조화’가 있다고 본다. 만약 당신이 ‘애국자’라면, 유럽의 ‘애국자’가 어떻게 유럽을 약화시키려는 친트럼프일 수 있겠나? 솔직히 말해 내정 간섭 측면에선 우리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다.”
―그런데 미국은 NSS에서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북한의 위협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러시아·중국 모두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미 행정부가 세계를 세력권(zones of influence)별로 분할하는 데 만족하는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 유럽인을 배제하고 러시아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만들고 싶다는 아주 강력한 유혹이 곳곳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모스크바와 워싱턴이 유럽을 배제하고 유럽에 대해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특히 프랑스에서 역사적으로 항상 두려워했던 것이다."
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으로 입장하면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유럽을 강하게 비판했다./게티이미지코리아 |
―2028년을 전후해 러시아가 유럽을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전면전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러시아가 나토의 자동 개입 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시험해 보기 위해 소규모 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은 유럽에 나쁜 시나리오다. 군사적으로는 실패하겠지만 정치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다. 연평도 도발이나 천안함 폭침 같은 행위를 한 북한이 미국이 실제로 한국을 즉각 지원하는지 떠보려고 소규모 공격을 감행한다고 생각해보라.”
―프랑스의 핵 전력을 유럽 보호에 사용해야 하나.
“유럽에 영국과 프랑스라는 두 핵보유국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지난 7월 양국이 핵공유 방안을 마련했다.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언젠가 미국이 ‘나 트럼프는 더는 유럽을 보호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프랑스와 영국은 이제 다르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유럽 동맹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핵전력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리라 본다.”
―NSS는 한국 등에 ‘새로운 능력’을 갖추라고 촉구한다. 한국의 핵무장 기회가 될 수 있나.
“실제 그런 방향으로 간다면 한미 관계는 실질적으로 단절되리라 짐작한다. 몇 년 전 한국 전문가들에게 ‘당신들이 핵무장을 추진한다면 우리(서방)는 당신들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글로벌 규범 위반이다’라고 말하니 매우 놀라워했다. 핵무기 개발엔 이득도 있지만 비용도 따른다.”
―프랑스 등 유럽은 6·25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끝나간다면, 한국과 유럽의 관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북한군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돼 유럽 대륙을 밟았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이 장면은 동아시아와 유럽 안보를 더는 나눌 수 없음을 보여준다. 프랑스 국방부에서 일할 때 ‘한반도 유사시 우리도 파병을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의 적대국인 러시아·중국·북한이 과거보다 더 많이 협력하고 있으니 유럽과 한국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게 이치에 맞는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원샷 국제뉴스 더보기
[파리=원선우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운세] 12월 15일 월요일 (음력 10월 26일 戊午)](/_next/image?url=https%3A%2F%2Fstatic.news.zumst.com%2Fimages%2F25%2F2025%2F12%2F14%2F59da93780c924b2ea5966949f34a9ba8.gif&w=384&q=75)
![관절이 부드러워지는 초간단 운동법 [닥터 인사이드]](/_next/image?url=https%3A%2F%2Fstatic.news.zumst.com%2Fimages%2F25%2F2025%2F12%2F13%2F3eb2081c5e71461b979b756137f0c67c.jpg&w=384&q=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