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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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인사 등은 사법부 고유 권한
사법행정위는 삼권분립 흔들어
입법부가 사법부 독립 존중해야
특히 법관 인사권과 사건배당에 관한 권한은 재판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사되어야 한다. 이를 외부기관에 맡긴다면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이 매우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법 행정위원회 안은 위헌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정부·여당은 위헌적 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일까?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위헌성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다. 사법행정 기능을 법원 외부에 두는 안은 지난 2017년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사법분과의 사법평의회 안이 처음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일부 국가의 사법평의회 제도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안에 대해서는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매우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나마 이 안은 헌법에 사법평의회 조항을 두자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행정위원회 안보다는 위헌성 문제가 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사법부와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존중이 없다. 이른바 ‘선출된 권력 우위론’에 기초해 임명된 권력인 사법부는 입법권과 행정권보다 하위의 권력이라 평가하면서 ‘법원은 입법권이 정한 구조 속에서’ 재판하면 된다는 생각이 이런 위헌적인 결론에 이르게 한 것이다.
셋째, 그 저변에는 사법부를 약화하고 사법행정을 정치권에서 장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직접 재판권까지 장악하기는 어려우니까 재판권을 사실상 쥐고 흔들 수 있는 온갖 도구와 권한을 장악하려는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결국 삼권 모두를 장악해 사실상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법행정권은 삼권의 하나인 사법권의 일부이고, 그 자체가 대단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입법권과 행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사법행정권까지 장악할 때, 과연 사법부의 독립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며 권력 오남용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결국 사법행정위원회의 설치는 사법권을 무너뜨리고 삼권분립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이 점이 두렵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사법행정위원회 설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민주당은 집권 초기부터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전방위적으로 가해왔으며 최근에는 그 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 대표적 조치가 12명의 대법관을 한꺼번에 증원하는 법률안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 10대 2로 유죄취지의 파기환송판결을 내렸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사법개혁 5대 과제를 내세우고, 대법원을 최고법원에서 사실상 끌어내릴 수 있는 재판소원 도입안을 들고 나왔다. 또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판·검사를 대상으로 한 법왜곡죄 신설, 그리고 판·검사에 대한 공수처 수사권을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잇따라 쏟아졌다. 심지어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성이 명백하자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면 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내란·외환죄에 대해서는 정지하지 않는 법안도 발의했다. 그중에는 대법관 증원이나 재판소원 도입같이 그 자체엔 공감할 수 있으나 시기와 방법에 문제가 심각한 경우도 있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나 사법행정위원회 도입처럼 아예 위헌성이 너무나 명백한 것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있다.
사법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사법의 무력화가 초래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또한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민주화 이후 38년 노력의 성과가 붕괴하는 것을 국민이 과연 용납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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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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