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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중간선거 발동 거는 트럼프…승부처는 '생활비 여력' [김형구의 USA오디세이]

중앙일보 김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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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우유랑 달걀, 빵만 샀는데도 40달러(약 5만9000원)가 훌쩍 넘어가요. 식료품 물가가 너무 올라 마트 나오기가 무서울 정도예요.”

12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매클린시의 한 대형 마트에서 만난 50대 주부 로라 피셔는 영수증에 찍힌 숫자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소고기 판매대를 서성이던 30대 데이브 밀러는 “고깃값이 1년 전에 비해 30%는 뛴 것 같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찍으면 물가는 잡힐 거라 생각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 포코노에 위치한 한 리조트에서 자신의 경제 정책 성과를 홍보하는 연설을 하며 손가락으로 지지자들이 앉은 객석을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 포코노에 위치한 한 리조트에서 자신의 경제 정책 성과를 홍보하는 연설을 하며 손가락으로 지지자들이 앉은 객석을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치솟는 물가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미국 국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들이다. 이처럼 고(高)물가의 파고가 미국인들의 일상을 뒤덮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치러질 중간선거를 향한 선거전에 일찌감치 시동을 걸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최대 경합지역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를 지난 9일 찾아 경제 연설을 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경제 투어’에 나서기로 했다.



트럼프, 내년 중간선거 전면에



전통적으로 대통령 취임 다음 해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집권 여당의 무덤’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현직 대통령은 중간선거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전략을 취하곤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정반대로 정면돌파를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수지 와일스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권력 핵심부에서는 “민심이 흔들릴수록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한다. 트럼프의 노림수는 통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경제는 다시 강해지고 있다”며 자신의 경제정책 점수를 “A+++++”라고 자화자찬했지만, 미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관세 정책의 여파로 의류·신발 수입품은 1년 전에 비해 20~30% 올랐고, 외식비 역시 20% 이상 뛰었다. 여기에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ACA) 보조금 연장안이 지난 11월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약 2400만 명의 의료보험비가 두 배로 오를 판이다. 먹고사는 문제, 이른바 ‘생활비 여력(affordability)’이 중간선거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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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화두 떠오른 ‘생활비 부담’



지난 10월 24일 로이터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 유권자들이 의료비, 식료품비, 주거비 등 기본 생활비 부담을 가장 우려하고 있으며, 이 문제가 내년 중간선거를 가를 핵심 요인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 조사에서 내년 중간선거에 투표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활비 정책’을 꼽은 이가 40%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민주주의와 민주적 규범 보호’(28%), ‘이민 문제’(14%), ‘범죄 문제’(9%) 순이었다. 특히 격전지에서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무당층 유권자의 44%가 생활비 문제를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은 것을 두고 밴더빌트대 여론조사 전문가 존 기어는 “생활비는 정당 성향과 무관하게 지금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최우선적 관심사”라고 짚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생활비 부담 문제를 각종 선거운동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성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11월 버지니아 주지사, 뉴저지 주지사,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애비게일 스팬버거, 미키 셰릴, 조란 맘다니는 각각 최저임금 인상, 생활비 부담 완화, 시내버스 무료화 및 주거 부담 완화 등 공약을 내걸고 출마해 대승을 거뒀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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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이반에 공화당 연전연패



지난해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전통적 보수 진영, 저소득·저학력 백인 남성, 20·30대 젊은 층, 흑인·히스패닉 등의 선거 연합이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이 가운데 젊은 층과 비(非)백인 유권자들의 이탈이 뚜렷하다. 특히 지난 9일 치러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지한 공화당 후보 에밀리오 곤살레스가 민주당 후보 아일린 히긴스에 19%포인트 차로 대패한 것은 정부 여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마이애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사저가 있는 팜비치와 가까워 트럼프 대통령의 안방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1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2%포인트 차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가볍게 눌렀던 곳인데, 1년 만에 표심이 180도 바뀐 셈이다.




민주당 ‘MAGA’ 빗댄 ‘MAAA’ 전략



민주당은 이미 내년 중간선거를 겨냥하고 생활비 부담 프레임을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의 척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만나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관세’가 몰고 온 고물가 어젠다를 집중 부각하는 선거 전략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댄 이른바 ‘미국을 다시 생활비 여력이 있는 나라로 만들기(Make America Affordable Again·MAAA)’ 전략이라고 한다.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료품점에서 한 시민이 고기 판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료품점에서 한 시민이 고기 판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반면 공화당 내부 분위기는 복잡하다. 민주당의 ‘생활비 부담’ 공격을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최고 9%까지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이 현재 평균 2.7%로 떨어졌다며 자신의 경제 정책 성과를 강조하지만, ‘생활비 부담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 감세혜택 곧 본격화 기대



공화당의 버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의 감세 혜택이 내년부터 본격화하면 민심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최근 “우리에게 최고의 날들은 곧 앞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뭉치면 반격의 기회는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시간이다. 공화당에서는 물가가 잡히는 데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며 이는 내년 선거 레이스에서 자당 후보들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책임이라는 응답률(46%)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책임이라는 응답률(29%)보다 크게 앞섰다는 지난 4일 폴리티코 여론조사 결과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새겨들어야 할 민심의 경고음이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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