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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鳥獸 不可與同群(조수 불가여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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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길 가던 중에 나루를 찾지 못한 공자는 자로를 시켜 마침 짝지어 밭갈이를 하고 있는 장저(長沮)와 걸익(傑溺)에게 나루가 어딘지를 묻게 했다. 장저는 자로에게 “나루는 당신네 스승 공자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나루를 세상 길에 빗대어 난세에는 은거가 바른길임을 알면서도 헛된 유세를 하고 있는 공자를 비웃은 것이다. 걸익은 “도도한 세상의 흐름을 누가 막을 수 있겠소? 뜻 맞지 않는 사람을 피하기보다는 아예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는 게 낫지”라고 말했다. 역시 유세를 그만두고 세상을 피할 것을 권한 것이다. 얘기를 전해 들은 공자는 탄식했다. “새·짐승들과 더불어 같은 무리를 지을 수는 없으니 나 또한 이들 은자와 함께 하고 싶으나 그래도 세상을 바로잡아야지!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유세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공자의 강한 의지가 담긴 말이다. 그러나 결국 유세는 실패했다.

鳥: 새 조, 獸: 짐승 수, 與: 더불어 여, 群: 무리 군. 새·짐승들과는 더불어 같은 무리를 지을 수 없으니. 28x70㎝.

鳥: 새 조, 獸: 짐승 수, 與: 더불어 여, 群: 무리 군. 새·짐승들과는 더불어 같은 무리를 지을 수 없으니. 28x70㎝.


공자의 유세는 헛수고였을까? 아니다. 유세 중에 남긴 언행이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으니 장저·걸익과 같은 은자보다는 공자의 삶이 훨씬 숭고하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새·짐승과 같은 무리를 끝까지 설득하며 바른 세상을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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