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남아공축구협회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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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감독의 언어도 축구의 일부다. 라커룸에서의 메시지 뿐만 아니라 외부에 내놓은 발언 하나하나에도 뜻이 담겨 있다. 단순히 팀 상황을 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여론 조성을 통해 외부 발언을 보고 듣는 선수단에게 전하는 또다른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때론 든든한 방패가 되지만, 날카로운 창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경기 내용 뿐만 아니라 결과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홍명보호와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최종전을 치르게 될 남아공을 이끄는 벨기에 출신 휴고 브로스 감독(73)의 입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브로스 감독은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앞두고 선수 소집 문제와 관련해 잇달아 솔직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시카고 파이어 이적 문제로 소집에 늦은 차세대 수비수 음베케젤리 음보카지(20)와 그의 여성 에이전트를 두고 "대체 왜 거길 갔는지 모르겠다. 그 에이전트도 똑똑했다면 네이션스컵, 월드컵 뒤에 더 좋은 팀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공개 저격하는가 하면, 네이션스컵 개막 6일 전 선수 차출을 허용한 국제축구연맹(FIFA) 결정에 대해 "그들이 네이션스컵, 아프리카를 어떻게 바라보는 지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비아냥 댔다. 감정에 솔직한 것 치고는 수위가 높다. 이에 대해 남아공 일부 매체들과 정치권까지 나서 브로스 감독을 비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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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아공축구협회(SAFA)는 직접 성명을 내고 '브로스 감독은 지난 4년 간 선수나 스태프 누구도 인종차별, 성차별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다. 브로스 감독이 선수들과 대표팀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접근하는 건 강점과 단결력 구축에 중요한 요소'라며 'SAFA와 선수, 스태프 모두 브로스 감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남아공은 2010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완만한 하락세였다. 2021년 지휘봉을 잡은 브로스 감독은 이런 남아공 축구를 반등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북중미월드컵 본선 출전권 확보로 남아공 축구를 16년 만에 다시 국제 무대로 끌어 올리면서 위상은 더 공고해진 모습이다.
이런 브로스 감독의 모습은 홍명보호 1기가 나섰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만난 알제리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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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홍명보호는 난적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대1 무승부로 출발했다. 포르투알레그리에서 만난 알제리는 벨기에에 1대2로 패하면서 조기 탈락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때 알제리 지휘봉을 잡고 있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쓴 방법은 '외부 때리기'였다. 그는 한국전을 앞두고 "알제리 언론이 내가 선수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무근이다. 마음대로 기사를 쓰는 것 같다"고 말해 당시 기자회견장에 있던 알제리 언론과 설전을 벌였다. 이 소식은 그대로 알제리 선수단에 전해졌다. 이튿날 알제리는 놀라운 결집력을 선보였고, 홍명보호는 전반에만 3실점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 2대4로 패한 바 있다. 한국전에서 기사회생한 알제리는 러시아와 비겨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반면 홍명보호는 알제리전 패배에 발목 잡혀 결국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브로스 감독은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현역시절 벨기에리그 명문 안더레흐트, 클럽브뤼헤에서 모두 주전으로 뛰었고, 1986 멕시코월드컵에선 벨기에의 4강행에 일조했다. 1988년부터 감독 생활을 시작해 40년 가까이 풍부한 경험을 쌓은 백전노장. 지금까지 드러난 그의 '언어'를 보면 한국전에서도 거친 입담을 앞세운 심리전을 구사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홍명보호가 반드시 대비해야 할 부분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