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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판 먼로 독트린’이 가져올 격변, 한국의 생존 전략은

조선일보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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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에서 ‘트럼프판 먼로 독트린’을 표방했다. 핵심은 미국 본토에 직접 위협이 되는 국경과 치안, 불법 이주, 마약 네트워크를 차단하기 위해 서반구(Western Hemisphere)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강대국들이 세계를 분할 지배하려 한 19세기적 ‘세력권(Sphere of Influence)’ 사고를 21세기 국제 질서에 다시 이식하려는 시도인데, 세계 안보를 뒤흔드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우선(America First)’이 ‘미국 홀로(America Alone)’로, ‘자기관리(self-care)’가 ‘이기적인 것(selfishness)’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 미국이 더 강하고 부유한 나라가 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질적 현실주의와 가치·규범을 존중하는 이상주의 사이에 균형을 이룰 때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고 지도자로서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서 먼로 독트린은 미국의 고립주의를 강화했고,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늦은 개입과 세력 공백을 초래했다. 미국이 독일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영국·프랑스와 일찍 협력했다면 1차 대전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후에도 미국은 국제연맹 참여를 거부해 나치독일·일본·이탈리아의 3국 동맹 등 전체주의 세력의 대두를 막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이 스스로 안보를 감당하라고 요구하는데, 권위주의 국가들은 이를 미국의 쇠퇴로 해석한다. 그들은 세력권을 확장해 미국의 지위에 도전할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럽 분열의 기회로 삼고 군대 재건을 장기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몽’ 아래 인도·태평양을 넘어 세계적 패권을 향해 나아가며 대만·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충돌 위험을 높이고 있다. 북한은 미중 경쟁을 활용해 ‘핵강국’ 도약을 노리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앞세워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중·러의 반(反)서방 권위주의 연대는 결속력을 다지며 국제규범을 아랑곳하지 않는 폭주를 감행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2026년도 미국 국가안보전략(NSS) 지침

2026년도 미국 국가안보전략(NSS) 지침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구축했고 그 최대 수혜자였다. 지금 미국이 국제질서 수호 의지를 접는다면 스스로 만든 질서를 통해 누렸던 지위와 혜택도 사라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꿈꾼다. 이들은 미국의 후퇴를 전략적 기회로 삼아 영향권을 확장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오판은 또다시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선택적 후퇴는 세계 안정의 축을 크게 흔들 것이며, 1914년의 재현을 불러올 수 있다. 오늘의 글로벌 질서는 과거로 후퇴하기엔 너무 복잡하며, 그 대가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러한 격변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은 분명하다. 첫째, 초정밀 타격 능력, 극초음속·장거리 플랫폼 확보, 국방 R&D 투자, AI·정찰·위성망 고도화 등을 통해 동맹 의존 억제에서 동맹 보완형 억제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아시아판 NATO’ 구축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과 감시·정찰 통합망, 통합 미사일 방어, 해양 보호 협력, 역내 위기 대응 조정 체계, 대만·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의 집단 억제 체제 등을 구축하여 중국의 모험주의와 미국의 고립주의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북·중·러 핵 동맹에 맞서 아시아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북한 위협에 직접 노출된 한국은 최적의 배치 장소다. 동시에 미국과 핵 공유 논의를 추진해야 한다.

세계 질서의 대변화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수동적 수혜자에 머무르면 안 된다. 능동적 설계자로서 ‘트럼프판 먼로 독트린’의 위험성을 미국이 자각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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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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