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리즈번, 시드니 등 도자캣의 투어 모습/ 도자캣 인스타그램 |
무대를 휘어잡는 끼를 타고난 가수. 지난 13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첫 내한 무대 ‘마 비’(Ma Vie·내 인생)에서 미국 팝 가수 도자 캣(30)이 준 첫인상이었다.
도자 캣의 투어 중 무대 모습. 그는 이번 투어 중 마돈나, 프린스, 신디 로퍼 등 1980년대 팝 아이콘을 오마주한 무대 의상들을 선보이고 있다. /도자캣 인스타그램 |
이날 오후 8시, 관객 1만4000명이 집중한 전광판에 가장 먼저 등장한 건 검정 스타킹 차림에 엉덩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도자 캣의 하체였다. 초록 머리와 파격적인 ‘하의 실종’ 의상으로 나타난 그는 첫 곡 ‘Cards’부터 밴드의 끈적한 반주에 맞춰 쉴 새 없이 골반을 굴렸다. 이어 2022년 그래미 수상곡 ‘Kiss me more’, 도자의 엉덩이 춤을 중계 카메라로 바짝 비추며 이 공연이 ’19금(禁)’임을 상기시켜준 ‘Get into it’, ‘내가 너무 아름다운 게 죄’라는 가사를 당당히 외치는 ‘Gorgeous’까지. 내리 네 곡을 연달아 쏟아내고서야 멈춰 선 도자는 객석을 향해 씨익 웃었다. 관객들은 ‘도자’를 연호하며 일제히 손하트를 치켜들었다.
13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도자 캣의 첫 내한공연 현장. /윤수정 기자 |
이날 도자가 90분간 쏟아낸 27곡에선 2014년 데뷔, 당당한 여성상을 앞세우며 전 세계 노래 재생 수 300억회의 대형 가수로 성장한 내공이 생생히 묻어났다. 아프리카 토착 리듬의 ‘아프로 비트’를 녹인 ‘Woman’과 ‘Paint the Town red’ 등에선 쫀득한 속사포 랩을 선보였고, ‘Acts of service’ ‘Agora Hills’ ‘Make it up’ ‘Stranger’ 등 감정적인 팝에선 웃음과 울음까지 가창의 일부처럼 활용했다. ‘All mine’에선 유려한 초고음 가성으로 장내 박수를 받았다.
색소폰, 트럼본 등 금관 악기를 앞세운 무대 연출은 빅 밴드가 상주하던 1980년대 영미권 클럽을 연상시켰다. 이번 공연의 주제이자 도자의 최신 앨범 ‘비’(Vie) 자체가 1980년대 복고풍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다. 압권은 ‘WYM Freestyle’ ‘Demons’ ‘Tia Tamera’를 내리 부르며 폭발적인 랩을 쏟아냈을 때. 자신의 머리색을 닮은 연두색 마이크 줄을 입으로 잘근잘근 씹거나 채찍처럼 빙빙 돌리던 도자는 급기야 마이크를 무릎 사이에 끼워서 노래를 불렀다. 로큰롤 스타일의 ‘I’m a man’은 마이크를 입으로 삼켜 켁켁거리는 소리로 끝마쳤다. 혼을 쏙 빼놓는 전위적 몸짓에 객석에선 “헉” 소리가 이어졌다.
도자 캣의 투어 중 무대 모습. 그는 이번 투어 중 마돈나, 프린스, 신디 로퍼 등 1980년대 팝 아이콘을 오마주한 무대 의상들을 선보이고 있다. /도자캣 인스타그램 |
가장 많은 관객이 참여한 이른바 최대 ‘떼창곡’은 단연 2019년 도자의 첫 빌보드 핫100 1위곡인 ‘Say so’. 뜨거운 떼창에 마지막 곡 ‘Jealous Type’의 열정적 가창으로 화답한 도자는 미리 준비한 장미꽃을 객석에 던지며 진한 작별 인사를 나눴다.
도자는 이후 일본 요코하마, 대만 가오슝 등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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