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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 사역’ 구자억 목사 “좋은 메시지라면 ‘트로트 찬송가’ 안 될 이유 없어”

동아일보 인천=이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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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어느 날 교회 수련회에서 청년들이 신나게 춤추며 찬양하는 걸 보던 중장년층 성도님들이 ‘우리도 저렇게 원 없이 흔들어봤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흥겹게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뽕짝’ 사역이 떠올랐습니다.”

10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인천 항동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 구자억 목사는 ‘트로트 사역’을 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저 노래 잘하는 동네 아저씨가 이따금 한 곡조 뽑는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 2009년 1집을 낸 뒤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규 앨범 5집, 싱글만 100여 곡을 낸 준프로 가수다. 모두 트로트 멜로디에 기독교적 가사를 담았다.

“아따 참말이여! 믿을 수 없것는디, 하나님 인간이 되셔 이 땅에 오셨다고”로 시작하는 ‘참말이여(3집 수록곡)’는 흥겨운 리듬과 구수한 가사가 입에 착 붙는 대표곡 중 하나. 구 목사는 “예수님이 유대 땅이 아니라 전라도에 왔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만들었다”라며 “예수님이 무슨 트로트냐고 할지 모르지만,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님이 귀족들이 부르는 노래를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의 ‘뽕짝 사역’에는 남모르는 고충도 있었다. 어릴 적부터 유달리 트로트를 좋아해 입에 배다 보니 찬송가가 자신도 모르게 트로트풍으로 나왔다고 한다. 일반 신자일 때는 괜찮지만, 목회자가 찬송가를 트로트풍으로 부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너무 위축돼서 목사님께 상담했더니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그걸 발전시킬 생각을 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마침 그때 어떻게 중장년층 성도들을 흥겹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한 교회 행사에서 트로트 곡을 찬양곡으로 개사해 불렀는데 다들 좋아하시더군요.”

물론 신성한 교회에서 트로트를 부르는 일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건 아니다. 그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젊은 목사가 연예인 병에 걸렸다’라며 혀를 차는 분도 많았다”며 “초청받고 간 교회 행사에서 한창 노래하는 중에 한 장로에게 끌어내려 온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아직은 먼 꿈이지만, 그는 언젠가는 “우리 교회에서 트로트풍 찬송가가 불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트로트가 우리 사회와 우리 음악에서 굉장히 친숙한 장르인데, 유독 종교라는 분야와는 접목되지 못한 면이 있어요. 성경 ‘시편’에도 ‘새 노래로 찬양하라’라고 돼 있지, 딱히 어떤 음악은 안 된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좋은 메시지를 담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면 트로트 찬송가라고 안 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인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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