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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론’에 환율 1480원 육박···연간 환율, 외환위기 때 기록도 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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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1500원대 전망도 제기
이달 원달러 환율 평균이 1470원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14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달 원달러 환율 평균이 1470원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14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에도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재점화되면서 1470원대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달러 수급불균형과 각종 악재에 환율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연간 평균 환율도 역대 처음으로 1400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기업·가계의 해외투자 증가세가 구조적인 흐름인 만큼 환율이 내년엔 15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서울외환시장 야간거래에서 장중 달러당 1479.9원까지 상승했다. 최근 외환당국의 ‘심리적 저항선’인 1480원선은 방어했지만 이날 주간거래 종가(1473.7원)보다도 6원 넘게 뛴 것이다.

최근 기준금리를 낮춘 연준이 내년 성장률은 높아지고 물가는 낮아지는 ‘골디락스’ 전망을 내놓았지만, 미국에서 AI거품론이 불붙으면서 원화에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12일 주요 지수·종목 하락률/그래픽 : 생성형AI

12일 주요 지수·종목 하락률/그래픽 : 생성형AI


최근 원·달러 환율이 ‘튄’ 단기적 배경에는 미국발 AI 거품론이 깔려 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AI수익이 적을 수 있다고 하고,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의 AI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될 수 있다는 외신보도가 전해지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마이크론(-6.7%), 브로드컴(-11.43%) 등 반도체 기업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고 환율도 보도 직후 1479원을 넘겼다. AI거품론으로 세계적으로 위험을 피하려는 심리가 커지면서 위험통화인 원화도 이를 반영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11일에도 연준의 금리인하를 반영해 환율이 1463.9원까지 떨어졌지만 오라클의 AI수익화 우려가 확산되자 환율이 1470원을 넘기며 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중순 이후 환율이 줄곧 1470원대 안팎 수준에 머물면서 12월 들어 월별 평균 환율이 1470원을 넘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달 평균환율(12일까지 주간종가 기준)은 1470.49원으로 지난달(1460.44원)보다 10원 가량 높아졌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27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때문에 연간 기준으로는 외환위기를 뛰어넘어 1400원대를 진입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까지 올해 주간종가 기준 연평균 환율은 1419.96원으로,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역대 최고 수준이다. 1997년 12월 자유변동환율제가 실시된 이후 연 평균환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394.97원이 최고였다. 닷컴버블·9·11테러의 영향이 겹친 2001년,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에도 환율 수준이 1300원을 넘기진 않았다. 연평균 환율은 2021년을 기점으로 경제성장률 하락과 국민연금·서학개미의 해외투자 증가세와 맞물려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내년에도 환율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기적으로 1500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2021년부터 국내의 해외로의 자본유출이 가팔라지면서 경상수지 흑자 회복세에도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환율 하락을 위해선 제조업 업황 개선을 통한 성장률 제고와 함께 외국인의 대규모 투자 유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내년에도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내년 환율은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성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 증가율 확대가 지속된다면 내년엔 올해보다 낮은 수준의 환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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