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K뮤지컬의 해"… 신작 쏟아진다

뮤지컬 '몽유도원'에서 도미 역을 맡은 김성식 배우의 사진. 에이콤

삼국사기 속 백제 도미전부터 20세기 할리우드의 아이콘까지,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신작 뮤지컬들이 2026년 새해 라인업의 포문을 연다. 뮤지컬의 대목은 보통 크리스마스를 끼고 있는 연말 12월로 여겨지지만, 새해 초 잇달아 개막하는 굵직한 신작은 1월 공연계의 이례적인 활기를 예고하고 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몽유도원'은 1월 창작 신작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대극장 프로젝트다. 삼국사기의 '도미전'을 기반으로 한 최인호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백제 개루왕이 도미의 아내 아랑을 빼앗으려 하며 벌어지는 설화를 토대로 한다. 작품은 도미와 아랑의 사랑을 중심에 두고 현실과 꿈, 이승과 저승이 교차하는 서사를 무대에 펼칠 예정이다.

1995년 초연된 뮤지컬 '명성황후'로 한국 창작뮤지컬의 첫 해외 진출을 이끌었던 윤호진 연출과 안재승 극작이 다시 호흡을 맞춘다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제작진은 "삼국사기 '도미전'을 모티프로 한 이야기인 만큼 한국 수묵화의 절제된 미감을 프로젝션 매핑 등 최첨단 무대 기술과 결합해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사 에이콤은 이번 무대를 토대로 작품을 보강해 브로드웨이 진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윤홍선 에이콤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신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공연은 내년 1월 27일 개막한다.

2025년 공연예술창작산실에서 발굴된 작품들도 내년 1월 정식 공연을 통해 초연 라인업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한다. '완득이' '트레이스 유' 등 다수의 창작 히트작을 배출해온 창작산실은 신진 창작자의 초기 개발을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적 지원 제도로, 최근 대학로 창작 생태계의 중요한 기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뮤지컬 '제임스 바이런 딘'에서 제임스 역을 맡은 조환지 배우의 사진. C101

'2025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제임스 바이런 딘'은 전설적인 배우 제임스 딘의 짧지만 강렬한 생애를 무대 언어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1955년 캘리포니아 46번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제임스 딘 앞에 사신 바이런이 나타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안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 단 세 편의 영화만으로 20세기 아이콘이 된 제임스 딘의 명성과 불안, 욕망을 입체적으로 탐구한다. 2026년 정식 무대에는 박시환·문경초·홍승안·조환지가 출연하며, 인물의 생애를 영웅 서사가 아닌 인간적 고뇌로 풀어낸 점이 일찌감치 화제작으로 거론됐다. 공연은 내년 1월 9일 대학로 극장 온에서 열린다.

같은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 '초록'은 김동인의 '배따라기'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모티프로 삼았다. 1900년대 황해 유역을 배경으로, 초록색 눈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살아온 토마와 상단 주인의 딸 유희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사람은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수수께끼의 인물 류인의 예언과 토마의 남동생 영진의 등장으로 운명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질투와 편견, 오해가 비극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 내부의 균열을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로 다른 시대의 문학 원작을 현대적 감수성과 어떻게 연결할지가 초연의 관전 포인트다. 공연은 내년 1월 27일부터 링크아트센터 드림3관에서 선보인다.

뮤지컬 'A 여고 사서의 영광과 비극'에서 수영 역을 맡은 최민경 배우. 홍컴퍼니

올해 10주년을 맞으며 한국 창작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은 '팬레터'의 박현숙 작곡가와 한재은 작가가 의기투합한 신작 'A여고 사서의 영광과 비극'도 새해 초연 라인업에 합류한다. 이 작품 역시 '2025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으로 선정됐다.

1993년 겨울, A여고 도서부장 명경과 네 명의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실종된 문학 교사의 흔적을 쫓는 과정을 담았다. 제작진은 "확실한 미래와 마주하는 법을 배워가는 도서부 여고생들의 성장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했던 '팬레터'와 달리, 이번 작품은 1990년대 특유의 감성과 학교극 장르의 향수를 결합해 또 다른 분위기를 예고한다. 공연은 내년 1월 27일부터 링크아트센터 드림2관에서 개막한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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