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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77〉 [AC협회장 주간록87] 군자의 덕, 스타트업 창업자가 배워야 할 리더십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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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장과 기술의 흐름 속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는 매일 수많은 선택 앞에 선다. 어떤 아이템으로 창업할 것인지, 어떤 사람과 함께할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팀을 이끌어갈 것인지. 이러한 선택은 단순히 경영 전략이나 기술적 우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을 이끌고, 관계를 형성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창업자의 내면적 역량, 즉 '덕(德)'에서 비롯된다. 공자의 '논어'는 인간됨의 본질을 꿰뚫으며, 지금의 창업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리더십의 기준을 제시한다.

공자가 강조한 첫 번째 덕목은 '인(仁)'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배려와 사랑의 마음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핵심이다. 스타트업 조직은 빠른 성장과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때 리더가 사람을 도구처럼 대하거나 성과 중심의 일방적 리더십을 취한다면, 조직은 쉽게 흔들린다. 인은 창업자가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의 성장을 자신의 성장처럼 여길 때 실현된다. 창업자가 고객을 '사용자 수'가 아닌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으로 대하고, 팀원을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동반자로 대할 때, 그 조직은 비로소 지속가능한 팀이 된다. 진정성은 기술보다 더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의(義)'이다. 이는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 즉 윤리적 판단의 중심을 말한다. 스타트업은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때로는 유혹에 직면하게 된다. 과장된 수치로 투자자를 유혹하거나, 내부의 실패를 감추고 외형만을 포장하려는 유혹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공자는 “군자는 의를 따르고, 소인은 이를 따른다”고 말했다. 올바름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리더는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신뢰를 얻는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창업자의 작은 선택 하나가 조직의 문화와 시장의 평판을 좌우하기 때문에, 의는 매우 실질적인 리더십 덕목이다.

공자는 예(禮)를 통해 질서와 존중의 문화를 강조한다. 스타트업은 대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지향하며 자유로운 소통을 강조하지만, 그것이 예의의 부재나 무질서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예는 상대에 대한 존중, 공적인 자리에서의 태도, 공동체 내에서 역할 인식에서 출발한다. 창업자가 조직 구성원에게 기본적인 존중을 보이고, 회의나 협업 과정에서 겸손하게 의견을 수렴하며, 자신의 권한을 절제할 때 조직은 신뢰 기반의 질서를 형성한다. 예는 단순한 형식이 아닌 공동체의 지속성을 위한 기초다. 리더가 스스로 예를 갖추지 않으면 조직은 이기적 개인들의 집합체로 흩어진다.

지(智)는 시대를 읽는 통찰력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태도다. 공자는 “군자는 아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고, 배우기를 그치지 말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언제나 부족한 자원과 정보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이때 자기 확신에만 의존하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지는 끊임없는 학습, 피드백 수용 그리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유연성에서 비롯된다. 시장, 기술, 사용자에 대한 감각을 예리하게 유지하는 창업자는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이때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겸손이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주변의 지혜를 구하며,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는 결국 생존과 성장의 핵심 무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공자가 강조한 덕목 중 가장 실질적인 것은 신(信), 즉 신뢰다. 공자는 “사람이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설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스타트업 리더는 끊임없이 약속을 해야 한다. 팀원에게는 비전과 보상을, 투자자에게는 수익과 성장을, 고객에게는 만족과 신뢰를 약속한다. 이 약속이 반복적으로 지켜질 때 비로소 신뢰라는 자산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 자산은 시장에서 브랜드가 되고, 조직 내부에서는 결속력이 된다. 창업자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않거나, 상황에 따라 말을 번복하는 리더라면 누구도 그를 따르지 않는다. 신은 결국 말과 행동의 일치며, 리더가 조직의 기준을 대표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공자의 군자상은 단지 옛 성현의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오늘날의 창업자가 직면한 현실적 리더십의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사람을 중심에 둔 인(仁), 판단의 중심인 의(義), 질서와 존중을 세우는 예(禮), 학습과 통찰의 지(智),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신(信). 이 다섯 가지 덕목은 지금 이 시대의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꼭 필요한 리더십의 본질이다.

스타트업 성공은 빠르게 제품을 출시하고, 고객을 확보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국 그 조직이 얼마나 신뢰받는지, 얼마나 건강한 문화를 갖고 있는지, 창업자가 어떤 철학을 중심에 두고 있는지가 장기적인 성공의 결정요소다. 기술 이전에 사람, 전략 이전에 철학. 공자의 덕목은 그래서 오늘도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의미가 있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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