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2.7 °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달러 약세에도 원화만 외환위기급 추락, 엔화와 엮인 1470원 쇼크

매일경제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원문보기
국민연금·서학개미는 1차 원인
외국인 투자자 ‘원화 약세’ 베팅이
달러당 원화값 약세 이끌고 있어
국제시장서 엔화와 동조되는 원화
확장재정·증시 밸류업 등이 비슷해
정부 국민연금으로 대응 나섰지만
실질적 수단이 줄고 있어 ‘고심’ 커져


하락세인 국제유가와 반대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원달러 환율 이슈가 주목되는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고객이 주유를 하고 잇다.. 2025.12.2    [이승환기자]

하락세인 국제유가와 반대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원달러 환율 이슈가 주목되는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고객이 주유를 하고 잇다.. 2025.12.2 [이승환기자]


이달 들어 달러당 원화값 평균이 1470원을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흐름 속에서도 내국인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등 수급 요인이 환율을 끌어올리면서,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 유일하게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

정부는 국내시장보다 규모가 큰 역외 원·달러 외환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원화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 운용 방식 조정 가능성을 공식화하며 외국인의 원화 약세 기대를 완화하려는 대응에 나섰다.

다만 최근 원화가 위안화보다 엔화와 동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확장재정 기조를 공식화하면서 두 통화 모두 최근 3개월간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일본의 확장재정 기조가 강화될 경우 원화 약세 역시 추가로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외환시장보다 3~4배 더 큰 국외 외환시장
외국인이 과도하게 원화 약세에 배팅하는 형국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주간거래 종가 기준 이달 들어 달러당 원화값의 2주간 평균은 1470.4원이다. 이달 들어 1470원까지 밀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달러당 원화값은 야간거래에서 장중 1479.9원까지 하락하며 1480원선 턱 밑까지 하락한 바 있다.

내국인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증가하면서 달러가 귀해지고, 그만큼 원화가 약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달러당 원화값 하락 요인의 70%가 국민연금·개인 등의 해외투자 증가에 따른 수급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1차적인 수급요인 이외에도 외환당국은 ‘외국인의 원화약세 기대감’이 과하게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원·달러 외환시장은 역내시장(국내시장)보다 역외시장(해외시장)이 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외국인이 특정방향으로 환율을 전망하면 그대로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외환시장의 일평균 현물환 거래량은 137억4000만달러인 반면, 역외시장 NDF 일평균 거래량은 500~600억 달러(국제결제은행 추산치)에 이른다. NDF란 차액결제선물환의 약자로, 만기에 계약 원금을 주고받는 대신 계약된 환율과 만기 현물환율의 차액만 현금으로 정산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당국은 외국인이 최근 들어 국민연금·서학개미의 해외투자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포착하며, 펀더멘탈 대비 과도하게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국민연금과 관련해 ‘뉴프레임워크 도입’을 공식화했다.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면서, 국민연금 해외투자자금을 해외채로 조달하거나 혹은 해당 자금을 대규모로 환헤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외국인투자자에게 ‘원화 약세에 과도하게 베팅했다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7일 이재명 정부 첫 6개월 성과보고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움직임이 있다는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거기에 적절하게 대응할 대책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투자자 “달러당 원화값 1500이 방어선”
실제로 이 같은 외환당국의 신호는 해외투자자에게도 일부 영향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1일 애널리스트 발언을 인용하며 달러당 원화값 1500원선이 방어가 될 것이라 보도했다. 해당 보도서 BNP파리바 한국 글로벌마켓 부문 총괄인 EJ 이단 서(Ej Ethan Seo)는 “최근 국민연금의 환헤지 관련 보고서는 시장에 일종의 시그널 효과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이 달러당 원화값 1500원 선을 방어할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에선 달러당 원화값이 1500원을 돌파하긴 힘들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웰스파고, 캐나다왕립은행(RBC), 스탠다드차타드(SC) 등 주요 해외 IB들은 내년도 평균 달러당 원화값을 1425~1470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해외 IB는 당국의 개입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 그리고 내년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560억달러 규모의 외화 유입 등이 일시적으로 원화 강세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엔화와의 동조화’는 향후 당국에겐 부담
다만 특이한 점은 최근 들어 원화가 위안화보다는 ‘엔화’에 더욱 동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케이치 신임 일본총리가 ‘돈 풀기’를 공언하면서, 엔화값 역시 최근 3개월새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산업군을 보유하고 있고, 증시밸류업·확장재정 등 비슷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두 국가의 통화방향성도 비슷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IB들은 ‘달러당 원화값 1400원 중반대’를 뉴노멀로 보고 있다.

캐나다왕립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한 달 동안 원화가 눈에 띄게 약세를 보였음에도, 현재 원화는 ‘저평가된 통화’라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와 개인·기관의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약세 속 이달 환율 평균 1470원 돌파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2월 원ㆍ달러 환율 평균이 1,470원을 넘으며 외환위기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모습.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평균 환율은 외환위기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12.14   yatoya@yna.co.kr

달러 약세 속 이달 환율 평균 1470원 돌파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2월 원ㆍ달러 환율 평균이 1,470원을 넘으며 외환위기 이후 월간 기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모습.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평균 환율은 외환위기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12.14 yatoya@yna.co.kr


최근 일본 국내물가가 치솟으면서, 일본은행이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안이 유력시 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해당 통화의 값이 높아지면서 해당 통화 강세 및 달러 약세를 불러일으킨다. 만일 엔화가 이번 일본 중앙은행의 조치로 강세로 전환되면, 원화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외환당국 입장에선 이번주 말에 이뤄질 일본은행의 조치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원화가 그동안 위안화로 동조되다가, 최근 들어선 엔화랑 동조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 정책수단이 제약될 수 있다. 외환당국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샤이니 키 주사이모 논란
    샤이니 키 주사이모 논란
  2. 2진서연 쇼핑몰 사장
    진서연 쇼핑몰 사장
  3. 3탁재훈 재혼 가능성
    탁재훈 재혼 가능성
  4. 4마레이 트리플더블
    마레이 트리플더블
  5. 5김종민 감독 최다승
    김종민 감독 최다승

매일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