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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경찰의 시간’··· 중수청 출범 앞두고 마지막 시험대 올라 [채민석의 경솔한이야기]

서울경제 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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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이 촉발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던 3대 특검의 수사 종료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 채해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지난달 28일 수사기간이 만료됐으며, 이달 14일과 28일 각각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과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수사 종료 기한을 맞는다. 각 특검은 최대 150일 기한 내에 규명하지 못한 각종 의혹들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한다. 국가수사본부 또한 이 시기에 맞춰 김보준 안보수사심의관(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3대특검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구성해 수사를 이어간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특별수사단을 꾸려 각종 전말을 파헤친 뒤 지난 7월께 사건을 당시 출범한 각 특검에 넘긴 지 약 5개월 만에 다시 ‘경찰의 시간’이 찾아왔다.

특검이 150일간 들여다봤지만 해결할 수 없었던 복잡한 사건들이 한꺼번에 넘어오게 되면서 경찰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년 10월 검찰청이 폐지되면서 각종 중대 범죄를 수사하게 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출범을 앞두고 자칫 인력과 수사 범위를 빼앗길 위기에 놓인 상황인지라 물러설 수도 없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체포영장 졸속 집행 등 부실 및 정치 수사 논란에 곤혹을 치른 경찰이 중수청 출범 전에 정권으로부터 수사 능력을 입증 받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 채해병 특수팀, 3개 의혹 규명해야

가장 먼저 구성된 것은 채해병 특수팀이다. 이달 3일 국수본은 강일구 총경을 필두로 하는 14명 규모의 채해병 특수팀을 구성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수본은 채해병 특검으로부터 △경북경찰청 수사정보 누설 의혹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의혹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국방부 괴문서 의혹 △박정훈 체포영장 누락 의혹 등 해결되지 못한 사건 5건을 이첩받았다. 채해병 특수팀은 11일 넘겨받은 5건 중 국방부 괴문서 의혹과 박정훈 체포영장 누락 의혹 등 피의자가 군인인 2건(5명)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첩해 남은 3개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규명할 방침이다.

경북경찰청 수사정보 누설 의혹은 지난 2023년 채상병 순직 사건 발생 이후 사안을 수사하던 경북경찰청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측에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는 내용이다. 채해병 특검 조사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의 한 부하는 특검 조사에 출석해 “경북청에서 조사받고 나왔더니 임 전 사단장이 '진술 잘했다'고 하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은 2023년 8월 2일 박정훈 대령의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임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명시한 사건 기록을 넘겨받았다가 국방부의 이첩 보류 이후 국방부 검찰단에 사건 기록을 다시 반환했다. 이후 같은 달 21일 국방부는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한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고, 경북청은 1년간 수사를 한 뒤 임 전 사단장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직무유기·직권남용 의혹은 김용원 인원위 상임위원이 박정훈 대령의 인권침해 진정을 위법하게 기각했다는 내용이다. 인권위는 2023년 8월29일 군인권소위를 열고 박 대령의 긴급구제 신청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인권침해 진정 또한 다음해 1월까지 안건 상정을 미루다 군인권소위에서 기각됐다. 인권위는 만장일치가 아닐 경우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회부에 논의하는 관례가 있지만 당시 원민경 전 위원이 인용 의견을 냈음에도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김건희 여사의 측근인 이 전 대표가 2023년 8월 임 전 사단장이 소속돼 있는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구성원들과 함께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이다. 이 전 대표는 당시 단체대화방을 공익신고한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 공소시효 딜레마 빠진 김건희 특수팀

이달 9일 김건희 특검이 미완료 사건을 이첩함에 따라 김건희 특수팀 또한 다음날 출범됐다. 팀장은 앞서 내란 특검에 파견을 간 바 있는 박창환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며 수사팀 규모는 23명이다. 박 총경은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며, 내란특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처음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건희 특수팀은 특검으로부터 통일교의 정치인 접촉 관련 내사 사건을 이첩받았다. 언듯 보면 단순히 사건 하나를 이어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가장 머리가 복잡한 것은 김건희 특수팀이다. 통일교 정치인 접촉 사건은 2018~2020년 사이 통일교가 여야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네고 교단 현안을 부탁했다는 의혹이다. 김건희 특검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국민의힘이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통일교와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면서 발단이 됐다. 이번 의혹의 ‘키맨’으로 알려져 있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지난 8월 김건희 특검 조사에서 2018~2020년 사이 민주당 의원 2명에게 수천만 원씩 지원했다고 하는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교단 차원에서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수팀은 출범 다음 날인 1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전 본부장에 대한 접견 조사를 진행했다. 같은 날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장관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특검팀에서 넘겨받은 피혐의자는 3명”이라면서도 “(입건자는) 추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본부장이 나경원 의원과 정동영 장관 등 다양한 정계 인물들을 언급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의 현안이던 한일 해저터널 청탁을 위해 당시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전 전 장관에게 2018년 9월께 접근해 수천만 원대 현금과 고가 시계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 행위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판단되면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상황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이 이달 5일 재판에서 한 ‘2022년 2월 교단 행사를 앞두고 정부 장관급 4명과 접촉했다’는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의 경우 시기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이전이라는 이유로 해당 의혹을 수사에서 배제했다. 수사가 가능한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사실로 판명돼 공소시효가 2028년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또한 경찰은 대가성이 있는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최대 공소시효가 15년인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윤 전 본부장은 이날 진술을 뒤집었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전 본부장은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제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면식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8월 특검팀 조사에서 여야 정치인 5명을 접촉했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입장이다. 윤 전 본부장이 자신의 재판에 이러한 파장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입장을 번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발단으로 전담팀까지 꾸린 경찰은 처지가 난처해졌다. 윤 전 본부장이 추후 진행될 경찰 조사를 앞두고 진술을 뒤집어 경찰에 입을 여는 대가로 선처를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진술 외에는 뾰족한 증거자료가 없는 경찰은 이른 시일 내 윤 전 본부장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와는 별개로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이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여권 인사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민중기 특검과 전 전 장관을 상대로 제출한 고발건 또한 특수팀에서 맡는다.

14일 수사기한 만료를 맞는 내란 특검에 대해서도 국수본은 특수팀을 꾸려 사건을 이첩받을 계획이다. 내란 특수팀은 계엄 검토·준비 과정이 헌법상 내란에 해당하는지, 대통령, 국방부, 군 지휘부 등 누가 언제 무엇을 지시했는지, 실제로 병력·치안력 투입 계획이 있었는지, 실행 이전 단계라도 내란 예비·음모, 직권남용 성립하는지 등을 규명할 예정이다.

사안이 복잡한 만큼 국수본 내부에서도 일부 실무자들 사이에서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다수가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어 소환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수사 규모 대비 비교적 부족한 인원이 각 팀에 배치됐다는 점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특히 김건희 특검과 관련해 특검이 올 8월 최초로 진술을 확보한 뒤 4개월가량 수사를 지연시키고 기한 만료 전 경찰에 사안을 급하게 떠넘겼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경찰 고위급 관계자는 “이번 의혹의 경우 여야 정치인이 모두 얽혀 있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수사의 결론이 나도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사건을 이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수사가 내년 검찰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앞두고 경찰이 수사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앞서 무리하게 긴급체포를 시도했다 법원에 의해 풀려난 이 전 방통위원상 사건 등을 거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점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 바 있다. 이에 신뢰를 잃은 경찰이 각종 불리한 조건을 안았음에도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경찰 고위급 관계자는 “이번 의혹의 경우 여야 정치인이 모두 얽혀 있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수사의 결론이 나도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가만히 있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수사를 진행해 어떻게든 마무리를 해야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데다 추후 중수청에 수사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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